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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불명확한 계약조건 개선해 분쟁 가능성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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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05 15:14:52   폰트크기 변경      
 공공건설 물량이 주춤하면서 민간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민간공사 과정의 발주자와 건설기업간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민간발주자와 건설업자 간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한 계약체결을 권장하고, 민간공사 계약의 표준모델을 보급하기 위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제정, 운용하고 있다. 계약 당사자간 권리·의무 등 법률관계를 명백히 함으로써 불공정한 계약에 따른 계약당사자들의 불만 및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사후적으로는 관할기관의 규제 및 당사자 간 분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다.

 반면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작성 및 사용은 건설산업기본법령상 사인 간 사적자치의 원칙에 밀려 의무가 아니라 권장사항, 그것도 하위고시로 규정된 탓에 발주자가 이를 활용하지 않아도 특별히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계약체결 과정에서 발주자가 임의적으로 활용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계약조건 일부를 유리하게 변경해 수급인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에 더해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자체도 계약조건의 일부 내용이 불명확한 탓에 당사자 간 분쟁이 발생하거나 계약조건의 불합리성에 따른 수급인의 불이익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가 민간 건설공사의 선진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개선방향은 표준도급계약서상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조항들을 먼저 개정하고 표준도급계약서가 민간공사 전반에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이다.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활용 실태 및 문제점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8월17일부터 9월3일까지 건설현장 실무자 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2.0%가 민간공사 계약체결 때 표준도급계약서를 활용했다. 표준도급계약서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 발주자와 건설기업 간 계약조건을 개별적으로 합의, 확정해야 하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또한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활용하는 응답자들의 59.5%가 계약내용을 변경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40.5%는 계약 단계에서 계약내용을 변경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사자들은 공사 특성이나 계약상 필요에 따라 계약내용을 변경해 사용하거나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발주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불공정한 특약을 부과할 소지가 있고 계약내용을 변경 없이 사용할 때는 표준도급계약서 내용 자체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분쟁 여지가 상당하다.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활용 시 변경 내용들은 주로 계약금액 조정, 공사대금 지급, 계약 보증금, 하자담보, 공사기간, 손해배상 책임, 지체상금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민간공사 계약 체결 시 발주자의 부당한 특약에 따른 피해 경험도 25%가 강요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 부당특약 유형으로는 공사기간 연장과 관련한 간접비 불인정 특약이 가장 잦다.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불인정 특약, 설계변경 또는 설계변경 기준단가 등에 대한 부당 특약, 불합리한 하자 책임 부담 강요 특약, 대금 지급 관련 지연 이자 불인정 특약, 준공금 지급 기한의 설정 특약, 과다한 지체상금 설정 특약 등의 순이다.

  불공정 관행으로 인한 분쟁 유형 중에는 설계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불인정 및 적절한 변경 계약서 교부 거부가 가장 많고 하자 판정·조사방법·보수비용 산정 과정의 불합리한 피해, 사용승인을 얻은 후 일부 미비사항을 이유로 준공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 경미한 하자를 이유로 발주자가 의도적으로 준공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지체상금 지급을 강요하는 행위, 전문성이 부족한 공사 감독원의 선임으로 인한 안전 및 품질 확보와 공사 수행 차질, 계약 조건으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한 불공정한 하도급자 또는 자재 납품처의 지정 등이 뒤를 이었다.

 표준도급계약서 관련 문제점은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지체상금, 공사 감독원, 계약 변경, 불가항력의 개념 해석, 수급인 보호 등 5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서 ‘준공일’을 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서면으로 준공검사를 요청한 날로 보고 있는 반면 발주자가 사용승인을 취득한 후에도 경미한 하자 등을 이유로 준공검사를 지연할 때 나타나는 지체상금이 문제로 지목됐다. 지체상금률의 구체적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발주자가 과도하게 정하거나 이를 누락한 채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분쟁이 나타나는 사례가 잦다.

 구체적 공사감독원 선임기준이 없는 탓에 비전문가가 공사감독원이 돼 수급인이 공사품질과 안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상당하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사감독원의 요구·지시로 인한 부적합 공사 발생 시 책임을 수급인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문제가 크다. 부적합 공사에 대한 수급인의 책임 면제 사유마저 추상적이어서 공사감독원의 요구·지시에 의한 부적합 공사 발생에 따른 책임 면제 여부가 불명확한 점도 큰 문제다.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서는 설계 변경 등 공사 내용이 변경·추가되거나 중지될 경우에 수급인에게 변경계약서를 교부토록 하고 미교부 시 수급인이 서면확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미회신에 대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변경계약서 교부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상당하다.

 또한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상에는 수급인 보호책으로 분쟁의 원인이 되는 하자담보와 관련한 규정이 있지만 실질적 하자 판정 및 조사방법 등과 같은 구체적 처리규정이 미비해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도급계약 내용이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해당 부분의 계약을 무효로 하도록 하고 있지만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는 아직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선방안은

 민간건설공사에서 공정한 계약문화를 확립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려면 현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 개선이 필요하다. 세 가지 측면의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먼저 불명확하거나 불합리한 조항을 명확하게 개정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발주자의 준공검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문제의 경우 지체상금 발생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 지체상금률 기준을 규정해야 막을 수 있다. 공사내용 변경에 따른 변경계약서 교부 규정도 개선하고 부적합 공사 발생 시 수급인의 책임이 아닌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공사감독원의 선임기준을 보완하고 하자판정 및 조사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불공정한 특약에 대해서는 이를 무효화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불공정 관행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민간공사 전반에 공정한 계약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활용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사용이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에 달려있다고는 하지만 개선방안처럼 불명확한 계약 내용을 개선하고 분쟁 및 불공정 관행을 방지하도록 규정을 보완하는 등 사용자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도 적극적으로 사용을 권장해야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사용이 보편화될 수 있다.

 제공=김용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리=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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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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