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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공동주택 하자 기획소송의 동향 및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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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2 15:01:36   폰트크기 변경      
 공동주택 기술 및 자재 품질이 끊임없이 발전했지만 하자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도 주택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건설 관련 법령에 하자 관련 책임 규정을 두고 입주민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하자 분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입주민들의 공동주택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변호사들이 하자보수 및 분쟁 처리와 관련한 법ㆍ제도의 틈새를 파고들면서 승소 때 입주민의 경제적 이익을 과대포장하는 방법으로 오도하는 경우, 즉 이른바 ‘하자 기획소송’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자 기획소송에 발에 들여놓으면 사실상 기획소송 변호사를 뺀 입주민, 건설사 모두 소송의 패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하자 기획소송의 실체에 주목해야 한다.

 하자 기획소송의 개념과 특징

 ‘하자 기획소송’은 정식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소송을 의뢰하는 입주민의 진정한 이익보다 변호사 자신의 수익 극대화에 비중을 둔 ‘위장 기획소송’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법질서의 테두리를 오가면서 만든 기형적 소송 형태다. 대부분 입주민들은 하자보수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상당한 심리적 압박과 부담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하자 기획소송은 이러한 입주민의 심리를 이용해 변호사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제도적 정비가 미흡한 하자 관련 소송 특성상 하자판정 및 재판의 승패가 시중 하자진단업체 등에 의한 감정인에 의존하는 현실도 이런 부작용을 심화시킨 요인 중 하나다. 하자 기획소송의 단계별 특징을 알아보면 첫째로 준공 후 5년∼10년 미만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주요 대상이다. 최장 10년인 하자보수 의무기간이 끝나기 전에 시행사나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하자보수 요구나 하자분쟁 협상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유리하다고 변호사들이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입주가 마무리된 직후 분양대금 정산소송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등 하자소송 제기 시기도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하자 기획소송 전문변호사의 경우 소송 영업직원이나 법조 브로커가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소송을 통한 하자보수 관련 권리행사를 노골적으로 권유ㆍ유도하는 ‘소송영업형’과 변호사가 하자진단 전문업체(법원감정인 역할 병행), 건축사, 기술사 등을 거느리고 진단에서 소송을 거쳐 하자보수까지 전 과정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종합기획형’ 등으로 구분되는 게 두 번째 특징이다.

 셋째로 재판 준칙이 될 하자판정 기준이 미비한 탓에 소송 결과가 감정인 의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다. 기획소송 변호사나 하자관련 안전진단업체 등은 하자보수비나 손해배상금 부풀리기 또는 승소를 장담하면서 입주민을 오도하는 양상을 보인다.

 넷째, 기획소송 변호사들은 입주민의 하자보수나 안전 확보보다 승소 판결금, 합의금, 손해배상금 등 금전적 이익 극대화에 주안점을 두고 소송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로 입주민들은 하자소송 청구가 기각되거나 패소하는 경우는 물론, 승소해도 판결금액이 당초 예상금액에 못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기획소송 변호사들은 수임료 외에 성공보수 등 다양한 명목으로 자신들의 몫을 챙길 수 있도록 약정을 맺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입주민들이 하자보수비를 충분하 확보하기가 힘들다.

 하자분쟁 현황과 소송 쟁점은

 2010년 이후 하자보수 관련 입주민들의 권리 찾기가 확산되면서 하자 관련 분쟁도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공식적 통계자료는 집계되지 않지만 국토부 산하 ‘공동주택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관련 자료<표>에서 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자 분쟁 건수는 물론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연간 하자보수비가 1조원대로 추정될 정도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대략 225개의 건설사를 상대로 663건의 하자보수 이행청구와 160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하자소송에 따른 이행청구금액만 해도 약 47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자소송의 주요 쟁점은 무엇일까? 기존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구체적 ‘하자’ 여부는 사용검사일 이후 하자보수책임기간이 종료되기 이전에 발생한 하자에 한정되고, 원칙적으로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법원은 보고 있다. 또한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과 해당 아파트가 설계도면대로 건축됐는지 여부, 주택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0.12.09. 선고 2008다16851 판결). 하자가 중요하지 아니하면서 동시에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는 하자 보수나 하자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고, 하자로 인해 입은 손해의 배상만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자가 중요한지 여부가 다투어질 경우에 법원은 하자의 정도를 특정함과 아울러 그 하자를 보수하는 적당한 방법과 그 보수에 요할 비용 등을 심리해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9.06.25. 선고 2008다18932 판결).

 입주자 대표회의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므로 공동주택에 발생한 모든 하자를 특정하고 그 구체적 내용을 밝혀 하자보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입주자 대표회의가 사업주체에게 이미 발생한 전반적 하자를 지적하고 그 대책을 요구했다면 각 하자 부분에 대한 포괄적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본다(대법원 2007.01.26. 선고 2002다73333 판결).

 균열의 허용 폭에 대해서는 외부적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발생한 균열을 전부 하자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대법원을 비롯한 다수의 입장이다(대법원 2009.2.26. 선고 2007다83908, 대법원 2009.5.14. 선고 2008다92817). 하자보수 후 도장 범위에 관해서도 대부분 외관상 보수의 흔적이 남게 되는 경우 미관상 하자가 발생해 하자의 거래가격 또한 하락하게 될 것이 경험칙상 예상되므로 아파트 외벽의 균열 보수 후 미관이 보기 흉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체 도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9.5.14. 선고 2008다92817 판결, 대법원 2014.11.13. 선고 2012다29601 판결).

 대응 방안은

 입주민, 건설사 등 당사자간 갈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하자보수 지연, 보수과정의 입주민 거주불편, 소송 종료시까지 하자 위험 노출 등의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기획소송을 퇴출하고 하자 관련 분쟁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려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첫째, 당사자간 적절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해 하자 분쟁으로 비화된 경우 주택법 혹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마련된 분쟁당사자간 자율적 해결방법(협의나 조정절차)을 우선 이용토록 제도적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분쟁 당사자 일방이 조정절차 이용을 원하면 상대방도 응하도록 하는 쌍방(雙方)의 의무(義務)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2014년 10월 기준으로 조정신청 263건 중 조정성립 비율이 43%. 45%는 분쟁조정 신청 후 시공사와 입주자간에 자체 해결된 ‘하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건수 통계치에서 알 수 있듯이 조정을 의무화하면 분쟁해결의 긍정적 효과가 크다.

 하자 기획소송이 남발되는 이유 중 하나는 타 분쟁처리 절차보다 하자소송에 따른 승소금이 클 것이라는 입주민들의 기대를 들 수 있다. 게다가 그 금액을 수령한 후 반드시 하자보수비로 사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는 점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하자소송 승소로 입주민들이 수령할 승소금은 주택법에 규정된 하자보수보증금 사용용도 제한처럼 하자보수에 우선적으로 사용토록 의무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하자분쟁에서 공정하고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효력을 갖춘 하자판정 기준이 마련, 시행돼야 한다. 또한 법원 판결의 입주민 우호적 경향을 제거하고 공정하고 객관적 판례가 축적될 수 있도록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법원의 감정인 지정과 감정의견 청취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넷째로 분쟁당사자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법원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관련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며, 관련 기준의 보완 노력도 강화해 판결의 객관성과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보상 위주의 현 소송 방식은 실질적 하자보수보다 금전적 보상을 우선하는 하자 기획소송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하자보수란 본연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역무적 이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제공=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리=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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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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