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성분계 혼합시멘트ㆍ염화물 기준도 탄력
정부의 친환경 정책의 기본 방향은 이산화탄소 및 에너지 저감을 통한 환경보존과 산업폐기물 및 부산물의 리사이클 촉진을 통한 자원문제 해결로 나눠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한 제도 중 하나가 기업별로 탄소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 내에서만 배출토록 하고 여분 또는 부족분을 다른 기업과 거래토록 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산업계는 배출권 총량을 2020년 예상 배출량의 70%까지 저감해야 한다.
폐기물 발생량을 최대한 억제하고 순환 이용 및 적정 처분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법 성격의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제정에 정부와 국회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정책 흐름에 맞춰 건설ㆍ시멘트ㆍ레미콘사들도 친환경 콘크리트의 브랜드화, 친환경 시멘트의 고기능화, 프리믹스트 타입 및 배치플랜트 혼합, 코스트 저감 등의 노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순환자원 재활용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품질과 안전 문제다.
최근 시멘트 관련 KS기준의 변화 방향도 이런 두 가지 방향간의 접점을 지향하고 있다. 현행 기준상 1㎥당 시멘트 최소 사용량은 200㎏으로 제한된다. 레미콘 배합 때 고로슬래그 미분말과 플라이애시 혼합비율도 각각 50%와 25% 이내로 묶여있다. 그러나 최근 기술혁신에 발맞춰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례로 건설현장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3성분계 혼합시멘트만 해도 KS기준이 아예 없다. 작년 미정제 논란에 휩싸인 플라이애시 활용 범위도 고민거리다. 정부도 이와 관련한 표준들을 잇따라 개정하거나 이를 준비 중이다.
플라이애시 품질 4단계로 등급화
화력발전소에서 미분말 형태의 석탄을 연소할 때 굴뚝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날아가는 재를 집진장치로 포집한 게 바로 플라이애시다. 시멘트는 물론 레미콘 제조 때 점토 및 경석을 대체하는 부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이를 그냥 폐기했던 발전사들까지 체계적으로 정제해 부 수익원으로 활용할 정도다. 2012년 기준의 플라이애시의 재활용량은 총 675만t. 이 가운데 레미콘업계의 콘크리트 혼화재료로 427만t이 쓰였고 시멘트 원료로 92만t. 나머지는 도로 성토재 등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작년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플라이애시가 레미콘 재료로 유통되면서 국민적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근 KS L 5405 기준을 개정해 그 동안 2개 종이었던 콘크리트용 플라이 애시의 품질을 4단계로 등급화했다. 그 동안 KS기준이 없었던 3종과 4종 기준을 신설해 레미콘 이외 용도로만 사용토록 제한한 것.
강열감량 3% 이하, 1g당 분말도 5000㎠ 이상의 1등급은 고성능 콘크리트용으로, 강열감량 5% 이하 플라이애시 중 1g당 분말도 3000㎠ 이상인 2등급은 보통 콘크리크용으로, 1500㎠ 이하인 4등급은 그라우트재로 활용토록 하고 강열감량 8% 이하, 분말도 3000㎠ 이상 3등급은 저급 콘크리트로 활용토록 규정했다. 나아가 앞으로 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환 유동층 플라이애시의 사용에 따른 부피 팽창, 온도 상승, 단위수량 감소, 유동성 감소 등의 문제점을 막기 위한 EN 표준도 도입했다.
업계 역시 이번 기준 개정에 따라 플라이애시 재활용을 둘러싼 비판이나 논란을 불식하는 동시에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재활용될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성분계 시멘트 표준 제정 논의도
최근 고강도, 고유동, 저발열, 고내구성 등과 같은 다양한 콘크리트 성능이 요구됨에 따라 이를 충족하기 위한 혼화재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레미콘에 혼화재를 섞기보다 프리믹스트 타입의 혼합 시멘트를 사용하는 편이 콘크리트 압축강도를 증진하는 동시에 품질 편차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혼합시멘트 생산도 늘고 있다.
특히 3성분계 혼합시멘트를 포함한 다성분계 혼합시멘트의 경우 콘크리트 품질관리 및 성능이 일반 콘크리트와 대등한 것은 물론 수화열을 저감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저열(4종)시멘트와 비교해도 열 저감 측면에서 효과가 더 크고 가격도 싸지만 KS 부재로 설계반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3성분계 혼합시멘트 등을 저발열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공인성적, 용역 등의 추가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
KS기준이 없는 3성분계 혼합시멘트를 레미콘 제조에 활용할 때도 재료표준과 관리표준이 없어 품질관리가 어렵다. 특히 3성분계의 각각의 분체를 사용해 콘크리트를 제조하면 KS 제품으로 인정받는 반면 3성분계 혼합시멘트를 사용하면 콘크리트의 KS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도 발생한다. 실상 3성분계 저발열 시멘트의 경우 국내외 다수 연구 결과와 사례상 경제성과 내구성능이 우수한 동시에 품질 문제도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혼합시멘트 활용의 걸림돌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표준원은 이를 감안해 3성분계 혼합시멘트의 KS 제정을 추진 중이다. 기본 방향은 ASTM C595/C595M-14를 근간으로 하되, 사용할 수 있는 혼화재료는 플라이애시, 고로슬래그 미분말 원칙 아래 석회석 미분말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단, 석회석 미분말은 석회석 혼합시멘트의 KS 제정 경과를 보면서 고려할 계획이다. 혼합재 각각의 최대 사용량은 플라이애시 30%, 고로슬래그 미분말 70%를 원칙으로 한다. 석회석 미분말은 15%를 상한으로 하는 방안을 석회석 혼합시멘트 KS 제정과 연계해 검토한다.
3성분계 혼합시멘트의 KS가 제정되면 그 동안 비KS란 이유로 주춤했던 수요와 생산이 급격히 살아날 것이란 게 업계 기대다. 그러나 3성분계 혼합시멘트의 품질 등에 대한 의구심 섞인 우려와 더불어 철저한 검증이 우선이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멘트 염화물 관련 표준 제정 모색
작년 경남권에서 제대로 희석하지 않은 바다모래를 사용한 레미콘업자들이 대거 구속되면서 레미콘, 나아가 시멘트의 염화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중소레미콘업계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레미콘 염화물의 기준치 50% 이상이 시멘트에서 기인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바다모래를 아무리 잘 세척해도 레미콘 염화물 기준(0.3㎏/㎥)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따라 염화물 관련 표준 제정 논의가 시멘트로 옮겨붙었다.
1㎥당 0.3㎏의 현행 레미콘 염화물 기준 자체가 높고 이를 추가로 상향조정하기도 어렵다는 레미콘업계의 주장 아래 시멘트의 염화물 기준 설정을 위한 KS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시멘트업계의 염소관리 규제치를 어느 수준으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업계 차원의 자율관리 기준으로 염화물 함량 저감 노력을 선행한 후 연구조사 등을 거쳐 국가 표준을 제정하자는 의견도 제기한다.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염화물 측정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현장에서 사용 중인 간이 염화물 측정기를 신규 개발해 운용하고 이와 관련한 인증제도를 마련하는 등 염화물 함유량 관리방안 마련이 급선무란 입장이다. 그리고 시멘트 염화물 관련 표준이나 기준은 과다하지 않은 수준으로 제안하되, 단계적으로 강화할 것을 주묺고 있다. 즉, 시멘트의 개별 원료에 함유된 염화물 감소를 위한 설비투자와 염화물 투입 제한 등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며, 시멘트 염화물 관련 기준은 별도 연구용역을 거쳐 콘크리트 염화물 기준부터 시작해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출처=제42회 시멘트 심포지엄(한국시멘트협회, 한국세라믹학회)
정리=김국진기자 jinny@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