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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 리포트> 시장구조 왜곡하는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 근절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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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1-24 16:36:32   폰트크기 변경      



 새로운 기업이 만들어지거나 기존 기업이 사라지는 과정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적 작동원리이자, 시장 경쟁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새 기업의 진입은 경쟁을 증진시키고, 경쟁은 비효율적인 기업을 시장에서 도태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슘페터(Schumpeter)는 이를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고 명명하고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되는 요소로 파악한 바 있다.

 경제학에서 자주 논의되는 구조적 진입·퇴출 장벽(entry & exit barrier)의 하나인 건설업 등록제도 역시 건설업체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무자격 업체가 무차별적으로 건설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건설산업은 물론 소비자(발주자 등 건설서비스 수요자)까지 보호하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암시장(black market)의 형태로, 불법 면허대여가 공공연하게 나타나면서 시장구조가 왜곡되고 사회·경제적 문제점이 양산된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짚어본다.

 건설업 등록 불법대여 실태는

 다중·공공 이용시설을 제외한 일정 규모(주거용 660㎡, 비주거용 495㎡) 이상의 건축물은 종합건설업자가 시공하도록 ‘건설산업기본법’ 제41조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소규모 민간 건축물의 경우 면허대여를 통한 건축주, 건축사, 십장(什長) 등 무면허업자의 시공이 빈번하다. 대한건설협회의 건축물 착공신고 분석 결과을 보면 2011년 한해에만 100건 이상의 착공신고를 한 업체가 12곳에 달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는 부실시공, 사회보험 미가입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건실한 중소업체의 수주기회를 박탈하는 등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건설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건설업 등록증 대여금지 규정을 위반한 건설업자 및 그 상대방과 알선자는 등록말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지만 관계자의 공모로 이뤄지는 거래 특성상 적기에 적발하기 어렵다.

 등록증 불법대여 발생 이유는

 건설업 등록증 대여가 횡행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로 건축주 입장에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건축물을 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에 대한 처벌 조항도 미미한 탓에 불법대여에 편승하는 건축주도 존재한다. 공사중단, 하자보수 차질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면허대여 사실이 거의 밝혀지지 않는 점도 한몫했다. 서로 공모하면 증빙이 어렵기 때문에 법적 처분이 실행되는 경우도 드물다.

 둘째로 등록증을 대여한 건설업자로선 법적 처벌보다 상대적으로 큰 경제적 편익(benefit)을 얻을 수 있다. 부실한 건설업체를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설업을 등록한 후 등록증을 여러차례에 걸쳐 대여하면 수억원 이상의 수수료 등 수익을 낼 수 있다. 연 100여건 이상의 불법 대여 행위를 하면 1건당 10억원으로 추정할 경우 1000여억원의 불법적 매출이 발생한다.

 세 번째 이유는 외형상 다수의 공사를 단기간에 시공함에 따라 공공공사 입찰시 필요한 시공실적의 확보가 용이한 점이다. 낙찰 확률을 부당하게 높이는 부수적 유인(incentive)도 상당하다. 이는 건전하게 시장 활동을 영위하는 건설업체의 피해로 귀결돼 심각한 부작용을 잉태할 수 있다.

 건설업 등록 없이 시공행위를 하는 무면허업자들로선 건설업자로서의 의무 및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 건설업 등록을 위한 기술자ㆍ자본금 보유 등 등록기준 유지비용은 물론 사회보험 가입비용 등도 바생하지 않는다. 하자보수 책임도 피해갈 수 있다.

 위반행위 유형과 문제점은

 등록증 대여 행태 중 대표적 유형은 도급계약서, 착공신고서 등 서류상 건설사는 등록업체이지만 실제 시공은 무면허업자가 맡는 유형이 있다. 최근에는 건설업 등록증을 전문적으로 불법대여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등 갈수록 전문화하는 추세다. 브로커들이 공동출자로 부실한 건설사를 인수하거나, 새로 건설업을 등록해 1~2년 정도 활동한 후 부도를 내고 다른 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도 있다. 발주자ㆍ무면허업자ㆍ설계자 등의 다자간 공모를 통한 대여행위도 사법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이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시설물에 대한 수요자(발주자) 및 이용자(국민)의 피해다. 책임감이 결여된 불법 시공자의 부실시공과 이로 인한 하자보수 책임 거부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등록업자 시공이 횡행하는 원룸, 빌라 등 소규모 건축물이 주로 서민들의 주거공간이란 점까지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둘째로 각종 세금 탈루와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미가입에 따른 국가재정상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면 10억원 공사의 경우 부가가치세, 법인세 및 주민세, 산재·고용보험료 등 매출액 대비 약 4.5%의 세액이 탈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법적 제재를 신경쓰지 않는 건설업 등록증 대여업체들이 건축주를 부추겨 위법을 조장함에 따른 불법 건축물 양산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시공능력을 갖춘 성실한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를 들 수 있다. 이런 시장의 역선택(adverse selection)은 시장 구조를 비효율적으로 왜곡시킨다. 정상적 건설업체들로선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기술자를 제대로 보유하는 등의 비용 부담 탓에 위법업체와의 수주경쟁 등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선 방안은

 건설업 등록 대여금지 규정을 위반한 건설업자와 그 상대방, 나아가 건축주까지 강력히 처벌할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건축주들에게 건설업 등록증 대여 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함으로써 합법적으로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정상적 시공을 하는 것이 품질 및 안전 등의 면에서 장기적 이익이란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현장배치 기술자의 중복 여부를 확인할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건설업체가 보유한 기술자만으로 개설할 수 있는 현장은 한정된다. 착공 현황에 대한 정보를 관계기관이 공유하면 스크리닝(screening)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위법 행위기간의 부당이득 환수책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도 필요하다. 법 위반업체 및 혐의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및 상시 조사시스템 구축 등 제재도 추가해야 한다.

 다자간 공모 가능성을 차단할 대안도 필요하다. 건산법령상 건설업 등록 불법대여 알선자에 대한 처벌규정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주기적 점검ㆍ조사체계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관계 기관(지자체 및 협회 등)이 긴밀히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례로 전국의 착공신고된 건축물을 관련 협회에 제공해 시공자의 동일성 여부를 확인한 후 불법대여 혐의업체를 지자체에 넘기면 지자체가 이를 조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건설업 등록 말소, 수사기관 고발, 세무기관 통보 등을 단행하는 등 기관간 유기적 프로세스가 정착하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건설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우선이지만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긴밀히 연계하면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 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다. 이런 연계 노력을 통해 국민 안전을 확보하고 보다 건전한 건설산업 및 건설시장 구조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나경연 연구위원

 정리=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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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
김국진 기자
jinny@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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