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최고 신용등급 美 기업
신규 회사채 발생 '사상 최대'
주식보다 더 많은 수익 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건 3%대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면서 투자자금이 채권으로 다시 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주식시장에 많이 투자됐던 자금이 채권 투자로 회귀하고 있다.
금융시장 정보제공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최고 신용등급인 미국 기업들이 올 1분기에 신규 발행한 채권의 규모는 4145억달러(약 474조원)에 이르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한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이다.
투자부적격인 정크본드 등급의 미국 회사들도 같은 기간에 796억달러어치의 채권을 파는 데 성공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두 배 많은 것이다.
채권 발행이 많은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를 줄였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석했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채권 투자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살아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회사채는 정부채보다는 리스크가 크지만 주식보다는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된다.
채권 판매가 급증한 것은 작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직후와는 투자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 주식시장은 연일 강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를 늘리고, 규제완화 등을 통해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린 결과였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시중 자금을 줄여 (수익률이 고정된) 채권의 투자 가치가 줄어든다는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관측은 올해 들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격히 힘을 잃었고 신규 채권 발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높지는 않을 것으로 투자자들이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이며 이는 (수익률이 보장된) 채권의 매력을 키운다.
한편 신흥시장에서도 채권 발행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에 정부채 및 회사채 발행 규모는 1785억달러로 1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