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상포진에 걸렸다가 거의 나았다. 완전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며 주변에서 걱정을 해주어 조심하는 중이다. 약속이 많은 12월, “대상포진이라 컨디션이 별로다. 못 나가겠다”고 하면 다들 “그럼, 그럼 쉬어야지”라며 양해해준다.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급속히 피곤해져서 “집에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빨리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안 나오겠다고? 간이 많이 부었네. 후환이 두렵지 않냐. 총알같이 튀어나와라”며 회유하고 “뭐 일찍 가겠다고? 인간관계 끊자는 거냐? 잔말 마”라며 눈을 부라리던 사람들이 너무 친절해져서 낯설고 송구하다.
대상포진이 어마어마하게 아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배려를 해주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 빨리 알아채고 병원에 달려간 덕에 일주일 정도 아프고 말았다. 그래도 예전보다 피곤이 빨리 와서 가급적 쉴 시간을 마련한다.
내가 대상포진이라고 하면 자기도 앓았다며 눈물 없이 듣기 힘든 체험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들이 많다. 그들 얘기의 공통점은 ‘워커 홀릭에 빠진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대상포진 덕에 일을 줄여 지금 살아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개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운동은커녕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바빠진다. 나 역시 지속적으로 일이 늘어났고, 올해는 자판을 두드리느라 거의 고개를 들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원고 공장에 갇혀 있는 나를 꺼내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대상포진 선배들은 입을 모아 “일을 줄이고 운동을 하라”고 충고했다. 그래서 이참에 가장 시간을 많이 뺏는 원고부터 정리에 나섰다. “안 된다, 약속한 횟수를 채우라”던 담당자도 “대상포진”이라는 말에 “할 수 없죠. 건강 챙기세요”라며 받아들였다. 대상포진 때문에 고생했지만 이래저래 덕도 보고 있는 셈이다.
살다보면 여러 가지 시련이 닥쳐온다. 이겨내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질병이다. ‘긍정’은 모든 난관을 뚫는다고 강변하는 책들이 많지만 지인 가운데 ‘초긍정, 캐발랄’의 최고봉인 두 사람이 질병으로 먼저 떠났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신호가 오기 전에 운동하고 휴식하면서 나를 돌보자.
이근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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