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강세와 성장 쇼크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원화 가치가 지난달 주요 국가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가 지난달 30일 오후 5시(한국시간) 기준으로 주요 16개국 통화의 미국 달러 대비 월간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한국 원화는 2.82%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원화는 이날 장중 달러당 1168원을 돌파해 2017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 뒤를 이어 스위스 프랑과 스웨덴 크로나, 뉴질랜드 달러도 지난달 나란히 2%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캐나다 달러와 호주 달러는 각각 0.7∼0.8% 하락했으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과 영국의 파운드화도 0.5% 안팎의 하락률을 보였다.

유럽연합(EU) 경기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뚜렷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달러 강세는 대부분의 통화를 약세로 이끌고 있다.

지난달 16개 통화 중에서 달러 대비 상승한 통화는 멕시코 페소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2개뿐이었다.

글로벌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가치를 산출하는 달러지수는 지난달 25일에 2017년 5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국 경기가 둔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비 연율)이 3.2%로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반면, 유로존과 중국 등 다른 지역의 경기 둔화 우려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30일 발표된 중국의 4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차이신 제조업 PMI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 대대적인 정부 부양책에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대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신흥국들의 통화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 원화는 지난달 25일 한국 GDP가 전분기 대비 0.3% 감소해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 이후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30일에도 중국 제조업 PMI가 저조했고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10분기 만에 최저치를 보이는 등 한국의 수출 전망이 추가 압박을 받으면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원화는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주요 24개 신흥국 중에서도 지난 한 달간 하락률이 터키 리라화(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