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를 연일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미국 달러 강세가 앞으로도 몇 달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인 달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신중 기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5월 한 달이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6일 국제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환산한 달러지수는 지난달 말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98선을 넘어섰다. 지난 2일까지 1년 사이에는 6% 넘게 급등했다.
달러 강세 때문에 다른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원화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달러 대비 가치가 4.3% 하락한 데 이어 3일에는 2년3개월 만에 달러당 1,170원을 돌파했다. 올해 유로화도 2.2%, 일본 엔화도 1.3%, 스위스 프랑화도 3.4% 각각 떨어졌다.
캘빈 체 씨티그룹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몇 개월간 위험자산을 끌어올린 요인인 ‘비둘기 연준’과 ‘중국 경기 회복세’에 찬물이 끼얹어졌다면서 달러가 이달 “상단을 뚫고 올라갈 만한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중국 경기 회복세는 주식이나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으로 투자 자금을 끌어당기는 요인이지만, 연준이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데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도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5월은 역사적으로 달러가 가장 강세를 보이는 달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가 자체 달러스팟지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월에 이 지수가 하락한 것은 지난 10년간 2009년과 2017년 두 차례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년의 5월에는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5월의 달러지수 상승률은 평균 1.5%로, 12개월 중 가장 높았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5월은 통상적으로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역학이 수익에 나타날 수 있으며 관찰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9일∼이달 2일 세계 외환 전략가 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달러 강세는 3∼6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자의 4분의3 이상은 최소 10월까지 달러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앞으로 12개월이 지나야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상승세가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성도 5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저점을 지나 곧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달러, 유로, 엔, 스위스 프랑 등 주요 통화의 변동성을 수치화한 환율변동성지수(CVIX)는 안전 통화의 낮은 변동성을 바탕으로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인 5.46까지 내려갔다.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취약하지만 지난해 외환시장을 움직인 위험 요인이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브렉시트 등의 우려가 경감됐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글로벌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각국의 비공조적 정책 대응 때 환율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