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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창] 나이 한 살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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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31 06:00:17   폰트크기 변경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해가 바뀐 것은 물론이고 음력설날 떡국까지 야무지게 챙겨먹었으니 완벽하게 한 살을 더 먹은 거다. 인생 후반기에 이를수록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축하받을 일이 못된다. 왠지 허전한 것은 당연지사고 따라주지도 않는 몸으로 더 늦기 전에 뭔가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초조해진다. 장성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란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다. 세월은 유구하나 주어진 삶은 유한한 법, 뉘라서 흐르는 시간이 귀하지 않을까.
 지난해 은행 정기예금 상품 중 DLF통장에 가입한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자는커녕 원금의 대부분을 까먹은 사람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원금보장 상품으로 알고 약 4%의 금리를 기대했는데 이자는커녕 원금의 50% 손실을 기록했다는 어르신의 사연은 참으로 딱했다. 70세 노인이었는데 가입한 은행창구로 찾아가 왜 이런 상품을 70대 노인에게 팔았냐고 따졌더니 은행 직원이 1년 전 가입 당시에는 69세였다고 항변했다는 말에 기가 찼다.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 나이가 뭔 대수일까만 그렇더라도 노인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존중받아야 한다. 누군가의 부모이고 조부모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존중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존중받지 못할 사람도 더러는 있게 마련이지만 그 많은 세월 스스로는 최선을 다해 살았을 것이라 그렇다. 사회적으로 내세울 것 없는 삶이라도 각자 최선을 다해 자식을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설사 그 각자의 노력이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었더라도 결국은 그런 작은 이기심들이 모여 나라를 이루고 세상을 지탱하는 것이다. 말 한마디라도 나이 한 살의 무게를 가볍지 않게 여길수록 세상이 좀 더 따듯해지리라. 언어란 단순하게 의사전달만 하는 게 아니고 그 안에 공동체의 무게를 담는 커다란 그릇이다.

 

백두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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