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 할 생필품이 많아서 대형마트에 갔다. 카트 가득 물건을 싣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섰다. 주말이라 줄이 길었다. 한참 서서 기다리는데, 옆 계산대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먼저 계산 중이던 손님이 혼자 물건을 담고, 포인트를 적립하고, 지갑을 열어 현금으로 계산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모양이었다. 다음 차례였던 나이 지긋한 손님이 그걸 참지 못해 불만을 표현했고, 계산 중이던 손님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싸움이 났다. 고성이 오가는가 싶더니 급기야 보안 직원까지 달려왔다.
그들을 지켜보던 와중에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신용카드를 입에 문 채로 카트에 있던 물건들을 계산대 위에 올렸다. 직원이 바코드를 찍고 넘겨준 물건들을 다시 카트로 옮기는 동안 마음이 조급했다. 장바구니에 챙겨 넣을 정신이 없어서 마구잡이로 카트에 옮겨 담았다. 물건을 다 담기도 전에 직원이 총 얼마라고 말하는 순간, 내 뒤에서 기다리던 아줌마가 빈 카트를 밀고 내 앞에 섰다. 나는 입에 물었던 카드를 직원에게 건넨 후 남은 물건을 담았다. 영수증과 신용카드를 돌려받자마자 다음 사람의 물건이 계산대를 넘어왔다. 카트를 돌려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현대인들이 바쁘다는 건 알지만, 그것과는 다른 ‘빨리’의 습성이 몸에 밴 것 같다. 마트에서도, 도로에서도, 식당에서도, 사람들이 모이는 어떤 곳에서든 뭔가 빨리 처리되지 않으면 불만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때로는 그런 사람들이 두렵기도 하다. 느리다고 해코지를 할까 봐 더욱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다가 실수를 하거나 다치기도 했다.
지금도 빠른 것 같은데, 우린 얼마나 더 빠른 세상에서 살아야 할까. 나도 느긋한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타인을 기다려주는 자세는 배려하는 마음이므로 성격보다는 인품과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배려가 전혀 없는 세상에서도 사람이 살기야 하겠지만, 배려 깊은 세상에서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웃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은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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