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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어떤 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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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07 06:00:11   폰트크기 변경      

 요즘 주말농장을 일구고 있다. 그곳에 가면 별로 성과는 없지만 뭔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 좋다. 사람의 관심사는 나이를 먹을수록 대개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얼마간의 노동력을 투자하면 발아와 성장을 거쳐 일용할 양식으로 돌아오는 채소들을 관찰할 수 있다. 젊은 날에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던 것들인데 갈수록 그런 풍경이 새삼 예쁘고 고맙게 느껴진다. 마치 철학자라도 된 것처럼 경작자에게 온 몸을 바치는 과정이 그저 신비롭다. 그런다고 소멸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씨앗을 통해 유전자를 남김으로써 다음 해를 기약하고, 또 다음 해를 기약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윤회를 통해 그 희생정신이 영생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유전자를 통해 끊임없이 자식을 생산함으로써 각자 또 다른 나를 남기고 가려고 몸부림치게 마련인데 그 결과물을 사람들이 말하기를 붕어빵이라 한다. 이 역시 아들의 아들을 통해 대가 끊어지지 않는 한 어쩌면 영생하고 싶은 일종의 욕망 비슷한 거다. 그러나 문제는 이 놈의 붕어빵들이 붕어의 마음까지 유전자를 이어받기를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나의 주말농장에서 상추나 배추 같은 것을 수확해 집으로 가져가봐야 풀떼기라고 괄시할 때마다 붕어는 서럽다. 대학에 다니는 우리 집 막내 녀석은 한 달에 한 번 아비를 찾기도 어렵다. 그나마 겨우 하룻밤을 자고 가면서 대화는 내가 아닌 휴대폰이 상대다. 아쉬운 마음에 이런 저런 말들을 걸어보지만 딱 한 가지, 용돈이 부족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만 반응한다. 그리고 떠날 때는 얄밉게도 제 자취방이 집보다 편하다는 것이다.

 붕어빵들아! 머지않아 너희도 붕어가 되리라. 스스로의 운명을 지금은 모르겠으나 언젠가는 나처럼 붕어빵 대신 주말농장에 재미 붙이게 될지도 모르는 일. 매번 내게 배신감을 안겨주는 행태가 아직은 괘씸하다만, 어쩌겠는가. 인정하기 싫지만 그 또한 나로부터 대물림된 유전자인 것을.

 

백두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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