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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절명이었다. 고향에 들렀다가 뒤늦게 육촌 형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근동을 돌며 우물 파는 일을 해 그런대로 수입을 올린다고 했는데, 애써 어렵게 살림을 일구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석연치가 않아 형수님을 다그쳤다.
형수님이 목소리를 죽이며 털어놓은 사연은 이러했다. 그날도 근동 마을에서 종일 우물을 파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거운 연장들을 지니고 다녀야 했기에 큰맘 먹고 장만한 중고 포토 트럭을 몰고 있었다. 하지만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아 운전이 서툰데다가 그날따라 속이 허출해서 막걸리도 몇 잔 한 터였다. 그런 형님이 어둑한 신작로를 달리는데 굽잇길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검은 물체가 보여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그만 들이받고 말았다. 겁이 난 나머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몰아 뺑소니를 치고 말았다. 전에도 오토바이로 접촉 사고를 내 큰돈을 물어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만 그 사실을 말하고 다짐으로 입을 봉하였다. 뜬눈으로 지새운 밤이 아침을 맞자 답답한 심정을 이기지 못한 채 형수님은 들로 나갔다가 점심 무렵 돌아와 보니 그새 남편은 절명해 있었다. 그 곁엔 농약병이 놓여있었다. 모든 걸 짊어지려고 했을 거라며 형수님은 오열을 삼켰다.
몇날 며칠 동안, 형수님은 어디선가 무슨 소문이라도 흘러들지 않을까 귀 기울이며 보냈지만, 근동 어디서든 사고가 있었다는 말도 듣질 못했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날 밤, 형님이 들이받은 건 사람이 아니었단 말인가.
어쩌면 그건 불빛을 보고 달려든 짐승이었는지도 모른다. 시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흙더미를 넘어서는 바퀴의 움직임을 잘못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착각에 걸려 목숨을 스스로 버리게 된 것이란 말인가. 형님이 묻힌 산자락만 망연히 바라볼 뿐이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삶의 길목 곳곳에 숨어 있을 가혹한 덫이었는지도 모른다.
정 태 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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