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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다가 뱀을 만났다. 입에는 개구리가 물려있었다. 뱀은 속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천천히 개구리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고 개구리는 마지막 용을 쓰며 다리를 파닥거렸다. 돌이라도 던져서 개구리를 구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현장은 비록 인간의 눈에는 잔인하게 보일지라도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인위적인 관여는 않기로 했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서 뱀을 만났던 장소를 둘러보았다. 뱀의 입에 물렸던 개구리는 사라졌고 대신 뱀의 대가리 아래쪽이 볼썽사납게 튀어나와 있었다. 한 생명은 사라지고 살아남은 생명은 배가 부른 순간. 먹히거나 먹어야 하는 살벌한 생존의 현장. 한 생명이 다른 생명에게 먹히는 걸 보면서도 살리지 못한 자가 내밀었던 변명은 고작 자연의 법칙이었다. 약육강식. 변명하자면, 마음이 허물어져 번뇌로 넘쳤고 보이는 건 모두 흑백이었던 날이었다.
개구리를 소화하려고 꿈틀대는 뱀을 뒤로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유난히 많은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새. 저 새는 오늘 무엇을 먹었을까. 길고양이. 저 고양이는 위장이 텅 비어있을지도 몰라. 지렁이. 저 지렁이는 언제 먹힐까. 아까 운명한 개구리가 살아있다면 저 지렁이를 입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약’일 수도 있고 때론 ‘강’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자 며칠 동안 끙끙댔던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음도 약육강식인가 보다. 근심이 커져 나를 지배하는 순간 일상의 사소한 행복은 돌연 자취를 감춘다. 흩날리는 낙엽도 보이지 않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지 않다. 반가운 전화도 반갑지 않고 건강한 신체도 감사할 줄 모른다. 부정의 늪에 빠지기 전에 구해야 한다. 근심과 불안을 먹어치울 만큼 강한 긍정의 마음을 풀어야 한다. 괜찮아! 그만하면 잘했어! 잘될 거야! 마음에도 근력이 붙는다는 걸 되뇌며 오늘도 긍정을 푸시업 한다.
이은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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