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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시간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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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15 07:00:14   폰트크기 변경      
   

시간은 쉬지 않고 오간다. 과거는 박제돼 있고,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며,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있다. 그 시간의 실타래가 뒤얽혀 헷갈리곤 한다. 그럴 때면 실꾸리가 엉킨 것처럼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땐 시간보다 순간에 살고 있지 싶다.

 

 바람 찬 날.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이 몇 시인지,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순간 뒤엉켜버렸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우두망찰하고 서 있었다. 게다가 까닭 모를 눈물까지 주르륵 흘렀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정체불명의 눈물이었다. 우세스러워 길을 건너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고개 들어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린 시간 안에 머물러 있는데, 그 시간은 우리 의식보다 무변광대하다. 그저 과거의 현재, 현재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현재라는 범위에 속해 있을 뿐이다. 우린 시간 안에 머물러 있는 걸까, 시간 밖에서 존재하는 걸까. 현재는 영혼의 경험이고, 과거는 영혼 속에 담긴 회상의 이미지이며, 미래는 영혼의 기대 안에서만 이루어질 텐데 말이다.

 

 시간에 대해 어찌 생각하고, 어떻게 인식하며, 어찌 대응해야 할까. 인간이 소비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시간이다. 하루가 지루하다고 투덜대는 자에게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애타는 이에게도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일지언정 현재의 시간이 녹슬지 않게 벼려 쓸 일이다.

 

 우리가 평등하게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간뿐이다. 신분이 높고 부유한 이든, 지위가 낮고 가진 것이 적은 자든 시간의 추錘에 매달려 오갈 따름이다. 일상을 관통하며 끊임없이 오고 가는, 내 생의 시간은 과연 안녕하신가.

 

정 태 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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