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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바닷가에 가는 길이었어요. 서늘해진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중이었지요. 뿌릉뿌릉 쿠와왕. 갑자기 사방을 찢는 굉음에 서 있던 사람들이 크게 놀라 두리번거렸습니다. 소음과 매연을 쏟아내 놓고 외제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어요. ‘꽁지가 빠지게 도망 간다’는 말을 저럴 때 쓰면 딱 되겠다 싶을 만큼 순식간에 가물가물 멀어졌습니다. 근처에 있던 이들이 사라지는 차의 꽁무니에 대고 걸쭉하게 한 마디씩 던지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왜 하필 그는 사람들이 모여 신호를 기다리는 건널목에서 요란을 떨었을까요. 이 고급스러운 차 좀 봐 달라. 이렇게 빠르고, 이렇게 근사한 차주로 내가 젤 잘 나가. 뭐 이런 자랑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좋은 것은 굳이 시끄럽게 떠들지 않아도 드러납니다. 밤하늘의 별과 달이 어디 소리를 질러 사람들을 불러 모은답니까. 작은 풀꽃들이 어디 나서서 소란을 피워 벌과 나비가 날아든답니까.
제대로 된 아름다움은 타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애쓰지 않습니다. 요란스럽지도 억지로 꾸미지도 폭주도 하지 않습니다. 번쩍거리는 보석이나 비싼 옷을 두르지 않아도, 두터운 화장으로 변신을 하지 않아도, 주변을 눈부시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책 한두 권 쯤 들어 있을 법한 크고 낡은 가방, 어디를 많이 걸어온 듯한 흠집 많은 구두, 흔들리지 않는 뒤태에서 은근하게 뿜어져 나오는 편안함. 이게 진짜 품격이 아닐까요.
바람이 붑니다. 세상 구석구석을 다 돌아 왔을까요. 모래톱에 닿은 파도가 수런수런 먼 곳의 얘기를 풀어내나 봅니다. 종종거리던 새들이 날아오른 자리, 작고 얕게 찍힌 발자국들을 지우며 다른 새들이 길을 내고 있군요. 거 나 좀 봐 주이소. 나 대단하지 않나요. 아무도 이런 소음과 공해를 쏟아내지 않습니다. 부러워해 달라. 놀라 소리라도 질러 보아라. 요란을 떠는 것, 그거 참 유치한 짓 맞죠?
권 애 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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