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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기주의ㆍ정치논리에 초대형 인프라 사업 '헛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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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0 06:30:09   폰트크기 변경      

동남권 신공항, 1992년 논의 개시, 2016년 김해신공항 개편으로 가닥

각종 민원에 부울경 정치인 가세로, 검증위 통한 입지 확정도 계속 밀려

수도권 최대 관심사 GTX-D 노선, 지자체 유치전 과열로 '잡음' 무성

 

지역이기지주의와 정치권의 입김에 수도권 및 지방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인프라사업들이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지정 4년이 넘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별도의 검증위원회까지 마련하고도 아직까지 입지를 확정하지 못했고, 지난해 신규 추진을 예고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선은 정부의 노선 발표도 전에 지자체과 지역구 의원들간 기싸움만 점입가경이다.

19일 관계기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총리실을 통해 마련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최근 최종보고서를 내놓을 방침이었으나 국정감사 등에서 논란이 빚어지면서 법제처를 통한 추가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1992년 논의를 시작했으나 10여년이 넘도록 방향을 잡지 못하다, 2016년에야 김해신공항을 전면 개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환경, 소음 문제를 비롯, 지역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하반기 부ㆍ울ㆍ경(부산ㆍ울산ㆍ경남)이 들고 일어나면서 총리실의 최종 검증을 받기로 합의했다.

당시 각 시도지사와 정부는 민간의 검증위원회가 결론을 내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지원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검증위의 결론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치권은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했고, 급기야 검증위는 법제처의 유권해석 등을 거치는 등 결과 발표를 미뤘다.

전문가들은 최종 검토를 거치면 발표는 빨라야 12월, 혹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13일 부산시 국정감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성토장이 됐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여야의원을 비롯, 수도권 의원들까지 나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은 물론 기존 김해시공항 계획의 전면 수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해공항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운항에 지장을 주지만 가덕도는 그런 것이 없다. 소음 문제로 비행기 운항 불가 시간이 있는 김해공항과는 달리 가덕도는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같은당 홍기원 의원도 “객관적인 공항의 안전성, 효율성, 미래발전 가능성을 봤을 때 가덕도신공항은 김해신공항과 비교해 불리할 게 하나도 없는데, 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해신공항으로 결정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부산 시민은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원한다”며 “김해신공항 부적절로 검증 결과가 나오면 가덕도신공항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 가장 허탈한 곳은 건설업계다.

한 업계관계자는 “지역의 상황이나 민원 등을 고려하더라도, 지정된지 벌써 4년이 넘은 사업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지역을 넘어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초대형 인프라사업을 두고 정치권과 지역이 각자의 목소리만 낸다면 그 피해와 손실은 결국 국민과 지역주민, 그리고 우리 경제가 다 떠안게 된다”고 꼬집었다.

동남권 신공항과 더불어 수도권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GTX-D노선을 둘러싼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연구, 분석을 통해 노선을 확정하기도 전에 지자체와 정치권이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인천시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이다. 시는 이달 중순 GTX-D 노선으로 인천공항과 경기 김포에서 각각 출발, 부천에서 합류해 경기 하남시까지 이어지는 ‘Y자 형태’가 최적이라는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시 발표대로라면 총 길이 11.28km, 18개 정거장, 총 사업비는 10조781억원에 달한다. 인천시는 내년 상반기 확정 예정인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21∼2030년)’에 이 노선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했다.

인천시가 청라ㆍ영종ㆍ검단 등 신도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복안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10월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수도권 서북부에 GTX-D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양측 주민들은 노선 유치에 적극 나서며 갈등을 빚어온 탓이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시는 국토부에 건의만 하고, 결정은 국토부가 결정하는 만큼 인천시가 유치를 못할 경우 국토부에 책임을 미룰 수 있다”면서 “총 사업비 10조원이 국비가 될지, 민자가 될지 모르지만 향후 적자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질세라, 경기도도 분주해졌다. 몇몇 지자체들은 이미 정부 및 정치권에 노선구상을 제시하는 한편, 각종 역사 신설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관련 지역구 의원들 역시 역사 유치를 주장하면서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소 수조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철도망을 구축하려면 충분한 조사, 연구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라며 “이런 상황에 사실상 민원성 요구만 쏟아내는 것은 오히려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로 지역간 갈등만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권성중기자 kwo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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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중 기자
kwon88@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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