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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그런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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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2 07:00:13   폰트크기 변경      
   

아들 부부가 아기를 낳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그게 좋다면 너희 생각대로 하라는, 외동딸이 독신으로 살겠다고 하자 그게 행복이라 여긴다면 나쁘진 않다는, 결혼은 사랑해서 하는 것보다 사랑하기 위해서 하는 게 더 낫다는, 오늘의 평화가 삶의 진실이라 여기는, 보이는 것은 잠시뿐 보이지 않는 것이 영원하다는, 늙어가는 것보다 삶이 녹 쓰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그런 여인입니다.

 

 머플러를 매고 꽃무늬 치마를 즐겨 입는, 아직은 입술에 붉은 기운을 조금 남기고 싶어 하는, 혼자 흥얼거리며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책 읽기를 좋아하는, 혼자만의 고요초롬한 시간을 마련할 줄 아는, 기쁘면 웃음을 감추지 않고 슬프면 울음을 꺼낼 줄 아는, 제 처지에 순응하고 자족하며 감사할 줄 아는, 그런 여인입니다.

 

 남의 허물을 입에 올리거나 분별하지 않는, 혀는 비난보다는 찬미하는 게 소임이라는, 육의 욕망과 눈의 자만조차 교만이라 여기는, 제 것 쪼개 이웃과 나누며 섬길 줄 아는, 아픈 이의 손을 잡고 한나절이라도 앉아 있고 싶어 하는, 기쁨도 슬픔도 생명도 때가 되면 다 지나간다고 인식하는, 사는 건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일이라 여기는, 그런 여인입니다.

 

 그녀 향선香善, 향기는 겉에서 나는 게 아니라 안에서 우러나는 법이지요. 이름과 사람이 잘 어울리는, 모과처럼 향기롭고 가을 들판같이 선한 여인. 그녀가 엮어온 나이테가 궁금하다고요? 그건 묻지 마세요. 나이가 뭐 그리 대수인가요. 애초부터 그랬고 지금도 여인이며 앞으로도 여일하게 여인일 테니까요.

 

정 태 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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