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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나의 변기는 흔들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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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8 07:00:12   폰트크기 변경      
   

변기 커버를 갈아 끼웠다. 오래된 커버에서 쿠션감이 사라져 엉덩이가 아팠기 때문이다. 뚜껑에 귀여운 오리 한 마리가 그려진 제법 비싼 커버였다.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가면서 새 커버를 씌우고 나니 쾌변한 듯 상쾌해졌다. 그러나 곧 문제가 생겼다. 변기에 엉덩이를 걸칠 때마다 변기 커버가 왼쪽으로 기우뚱했고 자연스럽게 내 몸은 오른쪽으로 힘을 주게 되었다. 바로 잡아야지, 매번 생각하면서도 들고 날 때 사람 마음 다르듯 일을 보고 나면 잊어버리고 돌아섰다.

 

 늦은 새벽에 복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몸에 잠을 매달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무 생각 없이 변기에 앉았는데, 몸이 왼쪽으로 급하게 쏠리면서 잠이 확 달아났다. 오른쪽으로 상체를 비틀며 생각했다. 이 거사를 치르고 나면 내 반드시 비뚤어진 커버를 바로잡으리라. 그러나 쏟아지는 잠으로 인해 또 잊었고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비뚤어진 변기를 발견하고는 작정하고 몸을 구겨 넣었다. 변기 아래쪽에 있는 커버 나사를 만지작거렸더니 왼쪽이 아주 헐거운 상태였다. 힘껏 나사를 조였다. 혹시나 해 오른쪽 나사도 단단하게 조였다. 커버를 들고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더니 미동도 없다. 이게 끝인가?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걸 여태 미룬 채 한쪽 몸에 힘을 주고 살았나? 뚜껑을 닫았더니 오리가 꽥꽥거리고 있었다.

이제 나의 변기는 흔들림이 없다. 푹신하고 단단하고 완벽하다. 균형을 잡기 위해 몸 어디에도 힘을 줄 필요가 없어졌다. 비뚤어진 걸 바로잡을 생각은 않고 비뚤어진 것에 몸을 맞추고 살았던 며칠 동안의 방치와 태만. 그간 내 집에 온 손님들도 덩달아 비뚤어진 변기 커버에 몸을 맞추었겠지. 자책을 담아 물을 내린다. 변기에 물이 쏟아진다. 지저분한 것들이 동그라미에서 사라진다. 동그란 엉덩이, 동그란 변기, 동그란 지구. 둥근 것들은 언제나 반듯하기 힘든 법이지. 오늘도 나의 변기는 흔들림이 없다.

 

이 은 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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