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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원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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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9 07:00:12   폰트크기 변경      
   

버스가 휴게소에서 잠시 멈춥니다. 빵을 사려고 가게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곳엔 콜라병을 쥔 여인이 앞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인이 산 것은 호밀 식빵입니다.

밖으로 나오자 여인이 다시 눈에 띕니다. 원탁에 다른 두 사람과 마주 앉아 있습니다. 발길이 멈춰집니다. 스물두어 살쯤의 청년 때문입니다. 초로의 두 사람은 부부인 듯하고 청년은 아들인 듯싶습니다. 청년은 입을 벌린 채 한쪽 팔은 떨고 있으며, 고개는 도리질하듯 좌우로 흔들어 댑니다.

 

 식빵은 그들의 점심인 듯싶습니다. 아들은 콜라를 보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달라고 조릅니다. 어머니는 손수건을 꺼내 탁자 위에 깔고 식빵을 양손으로 잘게 뜯어 놓습니다. 아버지는 콜라 뚜껑을 따 빨대를 꽂습니다. 어머니는 흔들어대는 아들의 입에 빵조각을 넣기 위해 덩달아 손이 움직입니다. 하나 쉽지가 않습니다. 겨우 입에 빵을 넣는 걸 성공한 어머니는 아들이 우물우물 빵을 씹는 모습을 보며 손뼉을 칩니다. 아버지도 따라 손뼉을 치다가 빨대를 물려 콜라를 빨아들이게 합니다. 부부의 입성은 추레하지만 얼굴은 맑고 조쌀합니다.

 

 원탁 위엔 햇살 한 자락 머물러 있습니다. 비로소 기쁨이 되고 웃음도 되는 모양입니다. 얼마만큼 고통의 산을 넘고 슬픔의 강을 건너야 저렇듯 손뼉으로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부부의 등을 밀고 온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정 태 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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