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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내외가 다니러 왔다. 손자 녀석이 오리 배를 타러 가자고 졸랐다. 손자는 수성못 선착장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헤엄치는 오리 배를 보더니, 온 얼굴이 웃음으로 함빡 물들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4인승 배에 올랐다.
오리 배 운전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전거처럼 페달을 발로 밟으면 프로펠러가 돌고 그 추진력으로 전진하는 구조이다. 앞자리에 탄 두 사람이 동시에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같은 축에 연결되어 있다. 아들이 호기롭게 저 혼자 밟을 테니 나더러 가만있으라 한다. 그런데 내가 페달에 얹힌 다리에 힘을 빼자마자 아들이 소리를 지른다. “어, 어. 혼자 밟으니 힘이 많이 드는데요.” “그래? 그럼 함께 밟자.”
손자 녀석은 신이 난 모양이다. 뒷좌석에서 몸을 기울여 방향타를 앞으로 뒤로 마구잡이로 옮긴다. 그 바람에 오리 배는 궁둥이만 뒤뚱거리고 앞으로 나갈 생각이 없다. 오리 배야 춤을 추거나 말거나,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아버지, 그렇게 힘들여 밟지 마세요. 어디 급하게 갈 데도 없는데.” “그래, 슬슬 하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밟지 않으면 아들이 그만큼 힘든 구조가 아닌가. 그러니 힘껏 밟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보니 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가 보다. 딱히 시간 맞춰 갈 데도 없는 호수 한복판에서 오리 배의 속도가 여간해서 줄지 않는다. 아들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귓바퀴 뒤에 방울져 있던 투명한 구슬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오리 배 탑승 시간이 10분이나 남았지만, 방향키를 선착장 쪽으로 슬쩍 밀어 놓았다.
건들장마 사이 잠깐 든 볕 같은 짧은 나들이를 마쳤지만, 노 저을 때 불끈불끈 힘을 쓰던 아들의 허벅지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마음이 동동 뜨고 입가에 자꾸 미소가 번지는데 한 걸음 떼는 내 발걸음은 무지근하다.
조이섭(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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