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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희망이 자라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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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12 07:00:13   폰트크기 변경      
   

 가치 있는 것들은 기다림 끝에 온다. 기다리는 일은 매사 순리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대충하고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횡재를 바라는 거와 다름없다. 자연을 보라. 봄 냉이 한 잎, 여름 나팔꽃 한 송이, 가을 쥐밤 한 톨, 겨울 자작나무 한 그루가 때를 어기고 기다림을 거스르던가. 때맞춰 움이 트고 싹이 돋아 새순을 키우며 질서에 따라 생육을 이어가지 않던가.

 

 사는 일은 그 무언가를 기다리며 넘실넘실 흘러가는 강줄기이다. 기다리는 일은 인간만이 갖는 의지이다. 미소하고 가난하다고 해서 보잘것없고 힘이 없다고 해서 기다림이 어찌 없겠는가.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은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가 어렵다. 꿈을 이룬 자는 절박한 처지에서도 참으며 기다리는 사람이다.

 

 기다림은 여위어가는 시간일지라도, 아름답고 슬픈 역설일지라도, 선택했다면 굿에 간 어미 기다리듯 기다리고 또 기다릴 일이다. 기다림의 끝이 벼랑에 내몰리더라도,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릴지라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삶의 지극한 이치다. 기다림은 바람의 의지를 넘어 생명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희망의 씨앗이 자라나는 시간이다. 기대를 품고 온 힘을 다해 기다리다 보면 바라던 게 현실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 희망은 부푼 마음으로 삶을 이끌어 주기에 견딜 만하다. 기약 없이 길어질 때는 애타고 힘겨워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하나 사는 일이 매양 그렇게 기다리며 견디는 일이지 않던가. 비록 힘겹더라도 민들레 홀씨처럼 무게가 가벼워지기를 바라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기다림은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펼쳐놓은 지극한 마음자리이니까. 설령 고대하던 기다림이 오지 않을지라도 그 과정은 생을 짱짱하게 해주는 가치 있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정 태 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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