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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옆에 작은 자전거 한 대가 서있다. 하얀 몸체에 빨간 안장이 인상적이다. 예쁘구나, 기웃거리고 있을 때 한 무리 자전거 동호인들이 휙휙 지나간다.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나는 그들의 활력 넘치는 뒤태를 한참 바라보며 세다가 발길을 옮긴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나란히 붙어 있는 자전거 도로로 신나게 질주하는 그들을 자주 만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슷한 차림새라 누가누구인지, 연령대는 물론 남녀 구분도 잘 안 되지만 하나같이 건강한 기운을 뿜어낸다.
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운 때가 열대여섯 살 무렵이었던가. 그때 읍내에선 자전거를 타는 여자애들이 더러 있었지만 시골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건 쉽지 않을 때였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햇살 속으로 페달을 밟아 강변길을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달려가는 것은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하지만 자전거도, 타는 법을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다.
그해 여름, 시집 간 언니를 찾아 갔더니 외출 중이었다. 마당에 서 있는 형부의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경사진 신작로를 찾았다. 가장 높은 곳에서 내리막을 향해 자전거를 세우고 올라탔다. 오른발을 간신히 페달에 올려 밟았다. 움직였다. 비틀거렸지만 재빨리 다른 쪽 페달에 왼발을 올려 중심을 잡았다. 그날 나는 종일 경사로를 오르내리며 넘어지고 미끄러져 내게도 자전거에도 상처를 남겼지만 기어이 달렸다.
훗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비틀거리는 자전거를 잡아주는 아버지와 연인들의 모습을 보며 잠깐 서러웠다. “꽉 잡아야 해. 놓지 마.” “알았어. 잡고 있으니 안심하고 밟아.” 누군가 잡고 있다는 믿음과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합해져 두 바퀴는 새 세상을 향해 부시게 달려간다. 조금만 도와주면 쉽게 성공할 수 있겠지만 혼자서 해내는 기쁨도 크다. 좀 외롭고 힘들어도, 어떤가. 상처의 흔적은 질겨 때로 든든한 추억이 되기도 하는데.
권애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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