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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한 고구마튀김을 앞에 놓고 한 사람을 생각한다. 아니, 고구마를 먹을 때마다 글벗인 그녀를 생각한다. 쪄먹었던 어제도, 구워 먹었던 그제도 그녀를 생각했다. 넓은 품과 다정한 말투와 따뜻한 마음까지, 행복 전령사 같은 그녀로 인해 쓸쓸한 계절이 외롭지 않다.
그녀가 고구마를 보낸 건 초가을 어느 날이었다. 그날 집에 도착한 상자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거워서 들 수가 없을 정도의 크기 때문이었다. 상자에서는 날것의 흙냄새가 났고 안에는 실한 고구마가 가득했다. 붉은빛이 선명한 고구마는 흙살이 좋았는지 하나하나가 큼지막했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좋아하니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아낌없이 퍼주고 그저 행복하다는 사람, 할 말을 잃었다. 그녀로 향하는 가슴에 난 길이 더 환해지고 견고해진 건 당연했다. 그것은 정이 피운 꽃길이었다.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깊이를 가진 그녀와의 인연은 글이 있기에 가능했다.
몇 년 전, 우리가 처음 얼굴을 스친 건 어느 문학 행사장이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야기를 길게 나누지도, 만남을 약속한 적도 없는 그때는 타인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글을 통해 다시 이어졌다. 추구하는 문학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비슷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뒤 추억 만들기도 서슴지 않았다. 물감이 번지듯 그렇게 정이 번져나갔다. 그저 보기만 하면 웃음이 팡팡 터지고 재잘재잘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가 되기까지 그 중심에는 글이 있었다. 나들이를 함께 간 날, 친정에 고구마를 캐러 간다는 그녀에게 “고구마 맛있겠다.”라고 했을 뿐인데 다음날 고구마는 우리 집 문 앞에 놓여있었다.
노란 호박고구마를 먹을 때마다 그녀가 옆에 있는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가난한 내 영혼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다. 한 사람을 지극히 생각한다는 것, 그건 가슴에 꽃길이 열리는 일이라는 걸 나는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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