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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간디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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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26 07:00:13   폰트크기 변경      
   

바람 찬 지하도 계단. 늙숙한 걸인이 한쪽 발을 드러낸 채 쭈그려 앉아 있다. 무릎까지 잘린 뭉툭한 왼발엔 피멍이 들어 있다. 웬일인지 성한 오른쪽 발에도 신발이 없다. 깔고 앉아있는가. 그도 아니다. 깡통엔 천 원짜리 지폐 두어 장과 동전 몇 개 뒹굴 뿐이다. 천 원 한 장 깡통에 넣고 걷는데 뒷덜미가 스멀거린다. 문득 간디의 신발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열차가 플랫폼을 막 출발했을 때였다. 열차 승강대를 딛고 올라서던 간디는 실수로 한쪽 신발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열차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으므로 그 신발을 주울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그만 포기하고 차내로 들어가자고 했다. 그런데 간디는 얼른 한 쪽 신발을 마저 벗어들더니 금방 떨어뜨렸던 신발을 향해 세게 던지는 것이었다. 친구가 의아해서 그 까닭을 물었다. 간디는 말하기를.

“누군가 저 신발을 줍는다면, 두 쪽이 다 있어야 신을 수 있을 게 아닌가.”

 

 남을 돕는다는 것은 빵 귀퉁이를 떼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깝지만 적어도 빵 절반을 뚝 쪼개 나누는 일이다. 베푼다는 것은 희생이 없이는 어려운 일, 베푼 후엔 그 생각조차 잊어야 하리.

 

 천 원 한 장 적선했다는 생각이 짓쩍기만 하다. 스스로 만족과 위안을 위한 일이었지 싶기 때문이다. 한데 걸인의 왼쪽 신발은 그렇다 치더라도 성한 오른쪽 신발 한 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간디가 던진 신발의 임자가 되었으면 참 좋으련만.

 

정태헌(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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