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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건네주는 아저씨의 손가락이 발갰다. 얼굴도 푸르뎅뎅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저씨는 봉지에 귤 몇 개를 더 넣었다. “작아도 맛은 좋아요.” 아저씨가 웃었다. 추위에 귀찮기도 하련마는 어김없이 아저씨는 덤을 얹었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랑곳없었다. 오늘은 트럭 옆에 아무도 없었다. 추위를 무릅쓰고 찾아올 사람은 없는 모양이었다. 묵직한 사과 만 원어치를 들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시렸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고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은데 왜 그들은 늘 배고프고 추워야 할까.
마트에 갔지만, 사과를 사지 않고 그냥 나온 건 아저씨 과일 트럭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계절 과일을 파는 아저씨가 학교 근처 건널목 앞에 자리 잡은 건, 칠 년 정도가 된듯하다. 그동안 나는 그곳에 단골이 되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과일만은 아저씨 트럭을 이용했다. 유난히 왜소한 몸집의 아저씨는 보기와 달리 인심이 후했다. 무엇보다도 과일의 품질이 좋았다. 그러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단골이 늘어난 듯 보였다. 특이한 건 트럭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었다. 가끔 과일을 먹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알고 봤더니 동네 노인들에게 아저씨가 푼 인심이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진 과일을 그들에게 나눠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 며칠은 워낙 추워서인지 아저씨 혼자였다.
아저씨의 덤은 사계절 이어졌다. 여름에 참외를 사면 작거나 모양이 일그러진 걸 두어 개 얹어주었다. 겨울에는 사과 위에 탱자만 한 귤 서너 개가 올라앉아 있었다. 일부러 길을 빙 돌아 아저씨 트럭에 가는 날은 그처럼 따뜻한 마음을 얻어왔다. 손님이 없을 때면 아저씨는 운전석에서 추위를 피했다. 식사도 차 안에서 하는 듯했다. 덤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아저씨 트럭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올해는 번듯한 가게 하나 마련할 수 있기를, 마음으로나마 새해 덕담을 가만히 건넸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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