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원격 진료 활성화 등 보건의료산업계에 ‘파괴적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원격 진료 활성화 불가피
국경 넘어 의료 서비스 제공
기업들, 플랫폼 구축 잰걸음
‘K-방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빠른 진단(TEST)과 확진자 추적(TRACE), 신속한 확진자 치료(TREAT) 등으로 압축되는 ‘K-방역’의 초기 성과는 세계를 주목시켰지만, 사회적 약자 피해가 극심해진 상황인데다 백신 접종에 따른 후유증 및 인과관계 인정 기준, 의료체계의 붕괴 등을 둘러싼 방역 당국의 불신도 커진 상태다.
전 국민 백신 접종완료율 70%를 기준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인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 전환도 시동이 걸렸지만, 전파력이 강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거나 중증화율 확대 및 의료체계 과부하 등과 같은 실패 우려도 남은 상태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 전환점과 맞물려 보건의료산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파괴적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의료’와 ‘디지털’ 그리고 ‘AI’의 융합이다.
정부, 병원, IT업계를 중심으로 혁신의 변화는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보건복지 디지털 뉴딜 가속화를 목표로 내건 데 이어 2030년까지 총 22조원을 투입하는 ‘범부처 국가신약개발사업’,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촉진할 ‘K-100만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보건의료 데이터 중심병원’ 지원 등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3월 복지부 주최로 열린 ‘메디컬코리아(Medical Korea) 2021’에서는 ‘비대면 원격의료’, ‘의료인력 자동화 시스템’, ‘의료관광’ 등을 제시하며 보건의료 생테계의 혁신을 예고했다.
스테파니 알렌 박사(Dr. Stephanie Allen, 딜로이트 컨설팅사)는 “성장이 더디던 의료관광산업은 코로나 이후 원격의료와 함께 다시 부상하고 있다”며 “자국 국경을 넘어 더 넓은 범위에서 의료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원격 진료 등 보건의료산업계에 ‘파괴적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 기저질환 재진환자에게 행하는 원격모니터링 시행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
여기에 해외 보건의료산업계의 변화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AI 신약개발 기업 베네볼런트는 약 48시간 만에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바라시티닙(Baricitinib)’이 코로나19에 유효성이 있음을 분석해 미국 FDA로부터 사용승인을 받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게임을 통해 아이들의 ADHD를 치료하는 아킬리 인터렉티브의 ‘엔데버Rx’와 불면증을 치료하는 페어 테라퓨틱스의 ‘Somryst’를 개발해 FDA에 승인받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연결사회에 발맞춰 의료와 AI 등을 결합한 플랫폼 서비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코로나19를 통해 확대된 비대면 의료 수요에 맞춰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원격진료 솔루션을 선보였고, KT는 인하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과 협업해 AI를 활용한 진단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도 최근 여성에 대한 디지털 헬스케어와 원격진료 솔루션 개발 기업인 미국 의료플랫폼 스타트업 알파메디컬 에서 추진하는 기술개발 투자에 참여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앞당긴 보건의료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산업성장’과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행위를 원격으로 상담ㆍ진료ㆍ처방하는 비대면 진료 뉴노멀 방안이 될 디지털 전환에 반대하고 있지만, 도심과 지방을 뛰어넘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의료 접근성을 높일 기회로도 볼 수 있다”며 “디지털 전환은 ‘K-방역’을 세계 보건의료산업 시장에 진출시킬 동력이 될 수 있기에 환자 중심의 사고로 변화의 접점을 찾아야 할 때”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559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해 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 기저질환 재진환자에게 행하는 원격모니터링 시행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내과의사회 등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명해 갈등을 예고했다. 현재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해 2월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상태다.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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