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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교육ㆍ의료ㆍ소비 온택트에 메타버스 활성화… 디지털 생활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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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0-15 06:00:25   폰트크기 변경      
[확 달라지는 사회ㆍ문화] 2차 온라인 혁명 시작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강제된
교육ㆍ문화ㆍ경제 비대면화
ICT 총아 ‘가상현실’로 해소
소통ㆍ거래의 법칙 바뀌면서
기업도 ‘파괴적 혁신’ 가속화


국립중앙박물관이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구축한 가상박물관 ‘힐링 동산'에서는 국보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 20대 회사원 김모씨는 점심시간 잠시 시간을 내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구찌 빌라(GUCCI VILLA)’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김씨는 명품 브랜드 구찌의 의류를 입고 명품백을 멘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봤다. 근처 정원을 거닐거나 테이블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힐링’을 하기도 했다.

# 문화재 관람을 즐기는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퇴근길에 ‘힐링 동산’을 방문했다. 뭉게구름이 피어난 하늘, 풀과 사계절 꽃이 만발한 들판, 잔잔한 호수, 아름드리 나무 등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이씨는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연을 상징하는 보석들을 찾아 국보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빛냈다. 신비로운 동굴 속에 들어가 반가사유상의 자세를 따라하며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씨와 이씨의 사례는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메타버스(Metaverseㆍ가상세계) 플랫폼에서 일어난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이 사회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언택트(Untactㆍ비대면) 시대의 핵심 ICT인 메타버스는 이제 새로운 미래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metaㆍ초월)’와 ‘유니버스(universeㆍ세상)’를 합친 말인 메타버스는 온라인 혁명을 주도했던 인터넷의 뒤를 이어 가상과 현실을 융합해 현실 세계의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초기 형태를 넘어 이제는 게임ㆍ생활ㆍ소통은 물론 현실과 비슷한 경제 활동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MZ세대들이 모여있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는 구찌ㆍ프라다 등 유명 명품 메이커를 단 아이템들이 실제로 거래되거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유권자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지자 가상공간에서 모임을 갖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에서는 로벅스(Robux)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해 거래를 한다.

메타버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ㆍ원격 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교육 플랫폼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메타버스에 기반한 가상공간 활용 수업은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실감나는 기술로 몰입도를 높여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다. 본인의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질의ㆍ응답을 하거나, 팀 활동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비대면 수업이지만 전통적인 강의실 수업을 진행하는 듯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줌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강의 방식으로 전환했던 많은 대학들은 이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강의에 속속 나서고 있다.


영산대 패션디자인학과 김지형 교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를 활용한 전공강의로 호평받고 있다. 김 교수 강의에서 학생들은 가상세계에서 만나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김 교수가 대형 스크린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패션산업에 관한 자료를 전달하자 학생들은 저마다의 캐릭터로 강의 반응을 남기고 음성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높은 강의 집중도를 보였다.


김 교수는 “패션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학생이 메타버스,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 최신 기술을 접하고 친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강의에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위축됐던 예술 분야에서도 메타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기존의 전시나 공연과는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시ㆍ공간적인 제약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전시를 체험하는 동시에 체험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제페토에 가상박물관을 구축하고 월드맵 ‘힐링동산(feat.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이란 이름으로 공개했다. 힐링동산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있는 가상세계다. 방문자들은 이곳에서 여러 가지 과제를 완수하면서 반가사유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박물관 측은 “디지털과 온라인에 기반한 새로운 경험과 소통에 익숙한 Z세대와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가상 박물관 구축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도 메타버스관 개관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에는 ‘메타리움(meta. LEEUM)’이라는 상표권을 특허청에 출원하기도 했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연예기획사들의 메타버스 진입도 활발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의 ‘SM컬처유니버스(SMCU)’가 대표적이다. 팬들은 가상세계를 돌아다니며 가수를 만나 이야기하고, 굿즈를 걸치고 공연장에 입장해 야광봉을 흔든다.


미국의 인기 힙합 가수인 트래비스 스캇의 경우 BTS가 ‘다이너마이트(Dynamite)’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의 첫선을 보였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3일간 다섯 차례 콘서트를 열었다. 이 공연으로 그는 2000만달러(약 23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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