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산골에도 뻥튀기 아저씨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찾아왔다. 그날은 아이들의 잔칫날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넉넉한 살림은 아니어서 쌀 튀밥은 꿈도 못 꿨다. 보리쌀하고 강냉이를 주로 튀겼다. 어쩌다가 보리 속에 하얀 쌀을 섞었을 때는 튀밥을 그릇에 담아 살살 흔들어서 위로 올라오는 쌀만 골라 먹기도 했다. 쌀 튀밥을 튀기는 부잣집 친구가 몹시도 부러웠다.
보리쌀마저도 못 튀기는 날은 주위에 떨어진 걸 줍거나 얻어먹으려고 아이들은 뻥튀기 기계 옆에 빙 둘러앉았다. 줄지어 있던 깡통 속 곡식이 사라질 때마다 '뻥' 소리와 함께 튀밥이 긴 그물자루 속에 가득 찼다. 순식간에 몇 배의 양으로 불어나던 튀밥이란 건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옷소매로 콧물을 쓱쓱 닦으며 튀밥 한 주먹을 얻어먹기 위해 아이들은 눈동자를 말똥말똥 굴렸다. 누구네 집은 무엇을 튀기고, 누구네 집은 얼마만큼 튀기나 훤히 알 수 있던 때였다. 엄마들은 한 바가지 푹 퍼서 아이들 몫으로 주기도 했다. 뻥튀기 아저씨가 오는 날은 모처럼 아이들의 배가 볼록해졌다.
그때는 쌀 튀밥이 마냥 좋았는데 요즘은 보리쌀이나 옥수수를 선호한다. 이제는 쌀보다 보리가 귀한 세상인 데다 쌀의 단맛보다 보리의 구수한 맛이 더 좋아진 까닭이다. 요즘 뻥튀기는 종류도 많아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몸에 좋다는 온갖 곡물은 물론이고 모양도 그럴싸하다. 단지 뻥,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아쉽다.
먹을게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내 입맛은 아직도 추억 속을 맴돌고 있다.
장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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