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데스크 칼럼] 주택정책 ‘빅볼’이 필요한 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01-02 17:02:10   폰트크기 변경      
한상준 문화출판부장

주택시장 침체가 가파르다. 그동안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만큼 하향 조정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그 속도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1.03% 하락해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5월(-3.03%) 이후 하락률이 가장 높다.

문제는 주택가격의 방어선이라 할 수 있는 전세가격 하락도 심각하다는 점이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3.84% 떨어지면서 지난 1998년(-20.18%) 이후 24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올해 주택 매매량이 작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미분양 물량은 6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2.5% 하락을 전망했고,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집값이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가격 급락의 가장 큰 부작용은 거래 절벽이다.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에 매수세는 자취를 감췄다. 거래 절벽은 내수경기 침체를 가져오며 세수확보와도 연결되어 있어 재정집행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는 GDP(국내총생산)에 큰 영향을 준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이 GDP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작년 수출실적을 보면 아찔하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32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 전망도 어둡다. 전문가들은 내년 글로벌 경기성장 둔화와 반도체 등 주력산업 경기 악화 등으로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이는 성장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분간 수출시장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서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정부 재정을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를 천명했다. 민간소비는 금리 인상에 따라 크게 위축될 것이 뻔하다. 이를 고려하면 내수경기 활성화가 해법인데 내수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시장 정상화가 어떻게 보면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주택시장 정상화는 가격의 재상승이 아닌 거래량이 적절히 유지되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띠는 것을 말한다.

주택시장 정상화가 성장률 지탱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격 급락의 부작용 중 가장 무서운 것은 가계부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등 금융시장 경색으로 번지는 경우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3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규모는 30조원에 달한다. 장기 미분양이나 사업 지연은 금융시장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


정부가 거래 정상화를 위해 규제를 풀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 역시 추가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야구에 ‘스몰볼’과 ‘빅볼’이라는 용어가 있다. ‘스몰볼’은 번트, 주루플레이 등 세밀한 작전으로 1∼2점을 뽑아 승리를 지키는 플레이를, ‘빅볼’은 홈런 등 장타로 빅이닝(다량득점)을 만드는 플레이를 말한다.

시장이 지금처럼 쇼크상태일 때는 집값 재폭등에 대비해 규제를 단계적으로 푸는 정책보다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규제 해제가 필요한 ‘빅볼’이 필요한 때다.

시장 참여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아닌 완전 폐지 △서울, 경기 등 규제지역 대폭 추가 완화 △토지거래허가제 폐지 △주택임대사업자 양도세 혜택 중 장기보유특별공제 부활 등을 고려해볼 만 하다.

정부가 발표한 취득세 감면(2주택자 중과 폐지, 3주택 이상 보유자 50% 인하)도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중과세율을 대폭 완화하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등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를 사실상 폐지한다는 양도세 개편안은 2024년 1월 이후 적용 예정인데 이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