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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파트 경매 응찰자 1년6개월 만에 '최다'..."낙찰가율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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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14 17:47:57   폰트크기 변경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별관 입찰법정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한 다세대주택 물건에 15명이 입찰했다./사진=오진주 기자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부동산 투자 중에서 경매가 가장 효율적이죠. 돈에 구애받지 않고 은퇴 후 삶을 즐겁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4년 전부터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된 A씨(39)는 경매를 통해 쌓은 보유 자산으로 한 달에 2000만원의 수익을 얻는 것이 목표다. 그는 "그 정도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경제적 자유를 위하여"...경매 스터디 꾸리는 2030세대

지난 8일 160여명이 들어가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별관 입찰법정은 경매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좌석이 반쯤 차기 시작하더니 경매가 시작된 오전 11시에는 20여명이 서서 들어야 할 정도로 좌석이 꽉 찼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7.16명으로 지난 2021년 9월(7.59명)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경기는 지난달 평균 14.16명이 입찰에 참여해 지난 2020년 3월(14.28명) 이후 최다치를 보였다.

경매 입찰법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문을 닫은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한산한 풍경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의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가 2.53명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경기도 같은 달 5.58명으로 낮아졌다.

그랬던 입찰법정에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이 모이고 있다. 이날 법정에도 10여명 정도로 무리를 이룬 3~4개 팀이 경매를 참관했다. 스터디원 중 한 명이 낙찰받으면 함께 온 다른 스터디원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기도 했다.

경매가 끝난 뒤 제4별관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한 스터디팀은 "경제적 자유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이날 참관을 마무리했다. '경제적 자유'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 또는 기업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뜻하지만,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제2의 월급 시스템'을 뜻한다. 투자를 통해 매달 월급처럼 임대수익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으면 경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2030세대가 경매시장에 몰리고 있는 건 이미 올라버린 집값에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기 쉽지도 않고, 청약가점도 낮아 아파트 분양을 받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찰되는 주택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부동산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장점도 있다.


◆ 응찰자 숫자는 늘었지만 낙찰가율은 '최저'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경매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은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 달(75.8%)보다 1.2%포인트 하락한 74.6%를 기록하며 지난 201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76.66%)과 인천(67.29%)도 전월 대비 하락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 2021년에는 전국적으로 아파트 낙찰가율도 100%를 넘기며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 2021년 6월 감정가(12억6000만원) 대비 낙찰가율 1000%를 기록하며 126억원에 주인을 찾기도 했다.

이처럼 고공행진했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지난해 말부터 급락한 건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이 여전히 큰 데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 우세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찰되는 물건도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감정가 27억9000만원에 경매에 나왔지만 두 번의 유찰을 거친 뒤에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래미안대치팰리스(감정가 31억6000만원)도 경매에 부쳐졌지만 한 번 유찰된 뒤 약 29억원에 매각됐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면서 일부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총 16건의 물건 중 11건은 모두 5억원 미만에 낙찰됐다. 15명이 응찰하며 이날 최다 응찰자 수를 기록한 물건도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다세대주택으로 2억1000만원(감정가 3억2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반면 이날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주택은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두 번의 유찰 끝에 두 명이 입찰해 23억3000만원(감정가 33억2700만원)에 낙찰됐다.

오진주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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