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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자카르타를 가다]“게임 체인저”…인니 시장 철옹성 무너뜨린 현대차ㆍ현대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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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20 15:00:24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재현 기자]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의 지배에서 벗어난 직후인 1958년 1월 일본은 발빠르게 수교를 맺었다. 그 결과 인니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일례로 자동차시장에서의 일본차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실제 자카르타 시내를 달리는 대부분의 차량이 도요타 등 일본 차량이다. 2억700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 4위 국가에서 일본차가 독점한 것이다.

석유화학 플랜트 역시 마찬가지다. 84억 배럴의 석유 확인매장량을 가진 인니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런 일본의 철옹성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기술력과 함께 차근차근 신뢰를 쌓은 한국기업들이 ‘게임 체인저’로 등장하면서다.

◆日 독점한 車시장 점유율 4%까지 끌어올려


그 유명한 인니 수도인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을 경험하면서 동쪽으로 약 40km를 달려 브카시시(市) 델타마스공단에 도착하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지어진 현대차 완성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모습(인도네시아 공동 취재단)


인니 현대차 공장이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2020~2021년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했을 시기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로도 찾아왔다. 당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자 인니 정부는 외국 기업들에게 의료용 산소통 공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장을 독점한 일본 기업들은 이를 거부했고 현대차는 기꺼이 응했다. 아직 공장이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생산 공정을 위한 압축공기 생산동에 7억원을 투자하면 산소통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후 수십만톤의 산소통을 기증했고 이는 인니 정부로부터의 신뢰를 쌓을 기회가 됐다.

실제 준공식 당시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물론, 이후 처음으로 생산된 아이오닉5에는 직접 사인을 하기도 했다.

인니 현대차 공장에는 77만7000m² 부지에 조립동부터 모빌리티 이노베이션센터, 직원용 모스크 등 10여동의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기자를 포함한 방문단은 4~5명씩 나눠 전기 카트를 타며 공장을 견학했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프레스 공장이다. 이곳은 직원들이 기계를 관리할 뿐 프레스 기기가 큰 소리를 내며 차체용 철판을 찍어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자동차가 조립되고 있는 모습(사진 : 이재현 기자)


이후 차체를 용접하는 곳에 들어서자 수십대의 로봇이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자체를 용접하고 있었다. 도장은 분진 등이 발생해 위험할 수 있어 바로 의장동으로 향했다. 조립동에서는 인니 직원들이 완성된 차체에 다양한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현대차 공장의 자동화 수준에 한번 놀랐고, 호텔 수준의 청결함과 규정된 곳에 모든 장비들이 일사분란하게 정돈되어 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공장의 최대 생산능력은 25만대다. 현재는 아이오닉5와 크레타, 산타페, 스타게이저 등의 차량을 연간 15만대 생산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완성된 차량에  탑승해 점검하고 있다(사진:이재현 기자)


인니 현대차 공장은 자동차 시장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 내연기관차가 점령한 시장에서 전기차인 아이오닉5가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 점유율을 4%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향후 시장 점유율이 8%까지 올라서면 현재 공장 부지에 연간 3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나아가 현대차는 인니 공장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인니 정부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주의 누산타라로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섬간 이동수단이 UAM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영택 현대차 아세안권역본부 부사장은 "인니 공무원들이 발릭파판에서 신수도로 이동해야하는데 UAM을 타고 내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낡은 비행기를 대체할 UAM이 빠른시일내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 견학 이후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 관계자가 “울산 공장에서 자카르타로 올수 있는 직항이 없어 힘들다”고 애로사항을 이야기하자 원희룡 장관은 “빠른 시간 내에 직항 취항이 가능한지 검토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30년간 日 독점 플랜트 사업 따내

인니 보르네오섬 동칼리만탄주(州) 발릭파판에는 인니 최대 규모의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해 진행중인 이번 프로젝트는 총 계약금액은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현대엔지니어링의 비중은 4조1000억원이다. 2019년 사업을 시작해 2025년 9월 준공이 목표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20~30여년간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처음으로 공사를 따낸 것이다.

인니 정부는 기존 5개 정유공장 개선을 위해 300억달러, 신규 2개 공장 건설을 위해 240억달러를 투입하는 국책사업을 구상중이다. 한국기업이 시장에 진출한 만큼 다양한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프로젝트는 기존 노후화된 시설을 개보수하고 고도화설비(RFCC) 등 원유 정제설비를 새롭게 건설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하루 26만배럴의 원유 정제품 생산량을 36만배럴로 늘려 30~40억원의 추가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게 현대엔지니어링측의 설명이다.

공장 견학은 차량에 탑승해 진행됐다. 축구 경기장 400배에 달하는 300만m²의 현장을 걸어서 견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발릭파판에 위치한 현대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 현장 모습(제공:현대엔지니어링)


현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발전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적도지역의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지열발전기를 건설해 자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시설마다 지나는 거대한 배관도 눈에 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자원이 부족한 것을 고려해 해수담수화시설도 설치해 냉각수 등 각종 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압권은 높이 수십미터에 달하는 RFCC 시설이다. RFC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잔사유를 촉매와 반응시켜 분해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꿔주는 설비다. 거대한 증류탑에 원유를 투입해 각 온도차를 이용 LPG, 휘발류, 나프타 등 각종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발릭파판에 위치한 현대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 현장 모습(제공: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일례로 참기름을 생산할때 참깨를 볶아 쥐어짜는 것처럼 원유를 RFCC를 통해 남김없이 정제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공장은 발릭파판 주민들의 소득 증가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채용된 현지인은 1만8919명에 달한다.

뜨거운 날씨에 현장을 둘러본 이후 원희룡 장관은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박스를 전달했다. 선물박스에는 각종 생필품과 스낵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원 장관은 현지에서 손톱깎이가 가장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국산 손톱깎이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원 장관은 선물을 전달하면서 “한국산 손톱깎이처럼 정밀하고 안전하게 시공하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재현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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