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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누산타라를 가다]사실상 ‘천도’ 40조 인니 신수도 이전사업, 포문 연 '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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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20 15:00:30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이재현 기자]인도네시아가 추진 중인 신도시 건설현장을 가는 길은 멀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2시간가량 비행 후 발릭파판 공항에서 내려 차로 2시간 반가량을 달려야 동칼리만탄에 위치한 누산타라(Nusantara)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누산타라 현장(누산타라 공동 취재단)

자카르타에서 먼 곳으로 수도를 이전하는 이유는 뭘까.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는 2억7000만명이다. 이 중 자카르타가 포함된 자바섬에는 전체 인구의 약 60%가 밀집해있다. 그 결과 인구는 포화상태이며 교통체증과 식수부족은 심각하다. 특히 자카르타는 자바해 해수면 상승과 부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매년 20cm씩 가라앉고 있다.

인니 정부는 수십 년간 수도 이전을 고민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구체적으로 윤곽이 드러난 것은 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다. 2019년 수도를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하고서 지난해 2월 신수도법이 공포됐고 한 달 뒤 신수도청을 설립했다.

‘스마트 포레스트 시티’를 지향하는 신수도 이전사업은 총 40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며 이 중 20%는 정부 재원으로, 나머지 80%는 민간투자를 통해 마련한다는 게 인니 정부의 구상이다.

사업은 2045년까지 5단계로 진행된다. 현재는 도로 및 상하수도 등 주요 인프라와 대통령궁 청사, 공무원 주택 등의 1단계 공사가 진행중이다.

18일(현지시간) 누산타라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사력댐 건설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수도의 수자원을 위해 건설중인 사력댐은 25m 높이에 길이 420m 규모로 건설된다. 현재 공정률은 85%이며 올해 8월 완공 예정이다.


왼쪽 위 깃발이 꼽아진 지역이 한국수자원공사가 건설하는 정수장이 들어설 부지(누산타라 공동 취재단)

사력댐 뒤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담당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정수장’을 건설하기 위한 부지가 마련되어 있다.

총 285억원이 투입되는 정수장 건설사업은 댐 건설이 마무리된 이후 본격 시작됐다. 올해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정수 공급목표는 초당 5000ml다. 정수된 물은 신수도로 이전하는 현지 공무원 등의 주요 식수로 사용된다.

이날 현장에는 팀 코리아 단장 자격으로 현장에 방문한 원희룡 장관도 방문했다. 신수도 현장에 다른 나라 장관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 장관은 “중국과 일본은 인니 현지 인력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며 “인니 현지에 K-워터 대학을 만들어서 현지에서 교육을 하는 등 인니가 고충이 있는 부분을 수자원공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강조했다.

정수장 예정부지에서 차량에 탑승해 이동한 곳은 인니 대통령궁 건설 현장이다. 이곳에는 대형 크레인과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개발이 진행중인 대통령실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주위의 녹지와 어우러지게 될 대통령 궁의 뒷편에는 국조인 가루다가 양 날개를 펼친 듯한 100m 높이의 조형물이 자리하게 된다. 내년 8월 완공이 목표인 대통령궁 공사는 현재 6.7%가 진행된 상태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역은 신수도 부지의 ‘개발 원점’이다. 개발 원점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기원 의식을 치르고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신도시 개발원점을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누산타라 공동 취재단)

원희룡 장관은 찌는듯한 무더위에도 개발원점에서 인니 관계자들과 둘러앉아 간단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우리가 공사를 따서 돈을 벌겠다는 접근보다는 인니 국민이 미래를 보면서 하는 신수도 프로젝트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좀 더 큰 그림과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는 게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디아나 쿠수마스뚜띠 공공주택사업부 주거개발총국장 “원희룡 장관의 방문이 좋은 기운으로 작용해 성공적으로 신수도 개발을 완료할 수 있길 바란다”며 “첨단 스마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인니는 한국과 가족처럼 협력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5단계로 추진될 신수도 사업에서 1단계는 인니 공기업들이 대부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수자원공사(정수장)와 한국토지주택공사(공무원 주택)도 발을 들였다.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 2단계부터는 추가적인 주거단지 개발, 철도, 공항, 항만 등의 민간 참여 인프라 건설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니 정부가 80%를 민간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한국 공기업들의 우선적인 참여로 한국 기업에게 많은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는게 현지의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니 신수도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수도 사업을 진두지휘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019년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며 2024년 2월 28일 차기 대선이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인니 현지 관계자는 “자카르타는 이미 포화상태이며 침수가 빠르게 진행중이다”며 “현재 신수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차기 정부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인도네시아 누산타라)이재현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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