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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외국인 임원’ 어디로 갔나…10대 건설사 1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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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3-21 05:00:13   폰트크기 변경      
[Zoom In] 미등기임원 619명 조사해보니

글로벌 건설사 면모 갖추기 위해
초고층 빌딩 인재 등 영입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책상 줄줄이 빼
삼성물산 체면치레…0.16% 그쳐


10대 건설사 외국인, 여성 임원 현황/ 그래픽 : 대한경제 이인식

[대한경제=김태형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은 지난 2008년 조직개편 때 ‘아메드팀’과 ‘이치노헤팀’을 신설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828m)의 구조를 설계한 초고층 설계 1인자 아메드 압델라자크 전무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쌍둥이빌딩(KLCC)의 스카이브리지 공사를 성공시킨 구조설계 대가인 이치노헤 히데오 부사장의 이름을 각각 땄다. 삼성물산은 초고층 건물과 하이테크, 아파트, 플랜트 등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하면서 한때 외국인 임원이 15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말 기준 외국인 임원은 단 1명 뿐이다.

대형 건설사의 외국인 임원 책상이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중동의 봄’으로 불렸던 2009년 이후 해외건설 활황기가 끝나고 ‘적자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외국인 임원 자리가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한경제>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지난해말 기준 미등기임원 619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외국인 임원은 삼성물산 사업개발실 담당임원인 마이클정 상무(53)가 유일했다. 비율로 보면 0.16%에 수준에 그친다.

10대 건설사 중 외국인 임원이 가장 많았던 곳은 삼성물산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외국인 임원이 13명이던 삼성물산은 8년새 12명의 임원이 책상을 뺐다. 특히, 10여년간 삼성물산의 초고층 빌딩 사업을 이끌어오면서 외국인 임원의 상징과 같았던 아메르 압델라자크 부사장(퇴임 기준)도 2021년 회사를 그만뒀다. 아메르는 세계 3대 구조설계회사 중 하나인 미국 시카고의 SOM에서 17년간 일했고, 비(非) 미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토목공학회 초고층학회장을 역임한 초고층계의 거장이다. 그는 부르즈 할리파 외에도 상하이의 진마오타워(88층), 한국의 타워팰리스 3차(69층) 등을 설계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관계자는 “초고층 프로젝트에 대한 삼성물산의 관심도가 예전만 못해지자, 아메르가 독립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다수의 해외 초고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에는 아메르 부사장 외에도 존창 해외영업본부 부사장(AP총괄장), 호르헤 페레아 EPC사업부 상무, 앤드류 크루셜 플랜트사업부 상무 등이 최근 2∼3년새 회사를 떠났다.

삼성물산과 함께 해외 플랜트 비중이 높은 삼성엔지니어링도 과거 2∼3명이던 외국인 임원을 모두 내보냈다.

이는 글로벌 건설사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외국인 임원을 대거 채용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인해 해외사업 전략이 ‘선별 수주’로 전환되면서 채용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A사 관계자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쏟아졌던 2000년대 후반∼2010년 초반까지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외국인 임원 채용이 활발했지만 시장 침체와 함께 채용시장도 문이 닫혔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리비아, 오만, 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다시 대규모 인프라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만큼 외국인 임원 채용시장이 다시 열릴 지 주목된다”고 했다.

B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PM(프로젝트 총괄)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세계적 수준의 임원을 영입하기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외국인 임원이 ‘몸값’을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건설사들이 많다”고 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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