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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뿐인 건설엔지니어링 입찰제도] (3)기술인평가서(SOQ) 공정성 시비…“발주기관마저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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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11 06:40:17   폰트크기 변경      
전관 영입에 따라 수주 희비…설 자리 잃은 실무기술인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기술인평가서(SOQ) 제도 또한 공정성 시비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SOQ는 기본계획 또는 기본설계 10~15억원, 실시설계 15~25억원 규모의 사업에 적용된다. PQ(사업수행능력)와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의 중간급 입찰제도로, 1차 PQ를 거쳐 2차 SOQ를 진행하는 식이다. 2억원 이상 정밀점검 또는 정밀안전진단도 SOQ 대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평가위원의 주관적 평가에 따른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종심제와 마찬가지로 전관 영입 경쟁이 수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주기관 출신 전관을 영입한 후 로비를 일삼는 일이 공공연해지면서 실무 기술인이 아닌 수주 위주의 채용이 점점 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 및 항만공사가 발주하는 정밀안전진단 분야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업계가 분석한 최근 3개년간 항만 분야 SOQ 수주 업체 현황을 보면, 해수부와 항만공사 출신 전관 영입 수가 많을수록 높은 수주 실적을 보였다. 자회사를 포함해 12명의 전관을 거느린 A업체는 2021~2022년 발주된 관련 사업 6개 중 5개를 가져갔다. 올 들어서는 6개 사업 중 2개를 수주하면서 그 비율이 다소 줄었으나, 나머지 사업도 전관 영입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업체들 몫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SOQ 결과가 전관이 많은 업체들 쪽으로 쏠리고 있고, 항만 분야는 특히 심하다”면서 “SOQ는 2점 이상 벌어지면 가격 경쟁이 의미 없어지는데, 평가위원의 주관적 요소만 최소 10점에 달해 전관 영입을 부추기고 입찰제도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SOQ는 기술인의 특별한 경험과 기술력이 필요하거나 국내 사례 또는 실적이 얼마 없는 사업, 기술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 등에 적용돼야 하지만, 금액만 높으면 무조건 로비에 의해서 SOQ 대상으로 발주되고 있다”며 “오죽했으면 발주기관마저도 SOQ 방식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겠나”라고 덧붙였다.

SOQ 평가사유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대다수 사유서가 최종 결과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쳐 공개를 위한 공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했는지 알아야 다음을 대비할 텐데, 그 통로가 막힌 셈이다. 그러다 보니 기술력보다는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관 영입 또는 로비에 치중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또다른 관계자는 “평가 사유 비공개는 평가자료 유출에 대한 의혹을 더 키우는 요소”라며 “올 연말이면 종합심사낙찰제 기준금액이 오르면서 동시에 SOQ 적용 범위도 더 커질 텐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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