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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뿐인 건설엔지니어링 입찰제도] (2)종심제 ‘전관 영입’, PQ ‘하향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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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11 06:40:14   폰트크기 변경      
전관 연봉 최대 ‘2억원+α’ 등골 휘는 업계…‘만점자 속출’ 운찰에 기대는 PQ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계약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8일 국가계약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통해 건설엔지니어링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기준금액을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종심제를 적용하는 사업은 △기본설계 15억원→30억원 △실시설계 25억원→40억원 △건설사업관리 20억원→50억원 이상 등 기존보다 2배 수준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문분야별 난이도를 적용하지 않고서는 제도 개선 취지에 부합할 만한 발주 물량 축소 효과를 도모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19.01~2022.03)간 대형공사(300억원 이상) 10건 중 8건(건수 80.1%, 금액 83.7%)이 종심제 방식으로 발주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심제 수주는 전관 영입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가 분석한 상위권 업체들의 지난해 종심제 수주율은 무려 98%였다. 대체로 ‘OB’로 불리는 전관을 20~30명 이상 보유한 곳들이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친정(?) 영업이다. 평가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기술평가 점수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로비 행위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술력 경쟁이 이뤄질 리 만무한 구조다. 종심제 사업이 발주되면 각 사 OB들이 공구별 가져갈 물량을 배분하는 작업에 들어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전관 영입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이들은 1억5000만원~2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차량은 기본, 많게는 500만원에 달하는 활동비가 별도로 지급된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종심제 평가위원회 통합 풀(POOL) 명단을 공개, 공무원 등 내부위원 비중을 대폭 확대하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지난 2019년 도입된 종심제는 5년도 채 되지 않아 순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가 발주 물량 축소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와중에 행정안전부가 지자체판 종심제 격인 종합평가낙찰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면서 냉소적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 활동이란 명목 하에 기존 엔지니어들이 받기 힘든 급여를 수령하는 데다, 개인 차량과 활동비까지 제공되고 있어 실무기술인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종심제 개선은커녕, 산업 발전을 절대 도모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건설엔지니어링 입찰제도의 근간인 PQ(사업수행능력) 평가도 하향평준화되며 변별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만점자가 속출하는 사업이 수두룩해 가격입찰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이른바 운찰에 기대고 있다.

최근 ‘계신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외 2개소 건설사업관리’는 14개 업체가 참여해 모두 만점을 받았다. 그에 앞서 진행된 ‘중앙3처리분구 하수관로 정비사업 건설사업관리’도 22개 업체 중 19곳이 만점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익산국가산업단지 재생사업 및 노후하수관로 개량사업 통합건설사업관리 △송호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건설사업관리 △김포한강2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또다른 관계자는 “워낙 변별력이 없다 보니 유리한 방향으로 발주 형태를 만들기 위해 과업지시서나 세부적인 평가기준 등을 업체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일도 벌어진다”며 “정부가 규제 식의 품질 및 안전관리에 집중할 게 아니라 그 문제를 비롯케 한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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