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최근 사라진 풍경이 있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질문을 받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도 대변인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기자들의 문답만 오갈 뿐 대통령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취임 초반 시끌벅적하던 윤 대통령의 출근길은 이제 적막감까지 감돈다. 청사 1층에 세워진 가벽만큼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엔 거리감이 느껴진다.

윤 대통령은 ‘용산시대’를 연 뒤 출근길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라는 파격적 소통방식으로 큰 기대를 낳았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21일에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가 충돌한 것이 이유였다. 결국 윤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였던 도어스테핑은 그렇게 무기한 중단됐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한국 언론과의 접촉을 줄인 반면 워싱턴포스트, 요미우리, NBC, 로이터 등 외신들 위주로 대면 인터뷰를 허용했다. 대통령실 기자단 사이에선 대통령 소식을 외신에게 받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들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앞 용산어린이정원 개장을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 형식으로 만났지만 한담이 오가는 정도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과 관련해 “처음에는 취임하고 매일 봤잖아요? 근데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고 언급한 뒤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결국 불발됐다. 1987년 개헌 이후에 취임 이듬해 신년 기자회견과 1주년 기자회견을 모두 건너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뿐이다.

이쯤되면 윤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언론이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정쟁을 조장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언론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패싱이 길어질수록 불통 이미지는 더 굳어질 수밖에 없다.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100일을 맞아 열린 이번 기자 간담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주 여러분 앞에 서겠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다. 도어스테핑도, 신년회견도,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패싱’한 윤 대통령에게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일까. 국민에 다가서려 했던 시도 자체는 호평받았던 만큼 도어스테핑 재개를 기다리는 기자들과 국민들이 아직 많다. 도어스테핑 재개가 끝내 어렵다면 윤 대통령이 언론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접촉면을 확대하길 기대해 본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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