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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식의 정치 클릭] 기초 단위 정당조직 ‘지구당 부활’ 법안, 어떻게 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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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30 17:11:10   폰트크기 변경      

지난 2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조해진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초지자체 단위에 정당 조직을 부활하는 방안에 대해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안 심사는 반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있다. 올 초부터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우선 과제로 급부상하면서 기초단위 정당조직 부활을 위한 법안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시ㆍ도당 존치 여부, 유급사무직원 수, 운영자금 조달 방법 등 쟁점도 해소돼야 한다.

기초단위 정당조직은 2004년 3월 폐지된 ‘지구당’을 의미한다. 당시 지구당은 막대한 운영비가 소요돼 ‘돈 먹는 하마’로 비판받았다. 지구당 운영비를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과정에서 부정부패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지구당 조직이 선거운동에 동원되는 등 위원장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폐단도 있었다.

지구당 폐지 이후 지역구 여론수렴과 당원관리 업무에 어려움이 생기자 대안으로 ‘당원협의회’를 만들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당원협의회는 정당 조직으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상설사무소 설치가 금지되고, 유급사무원을 둘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지구당 폐지 이후 20년 가까이 흐르면서 부활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폐지 당시 지적됐던 고비용 유발 구조는 상당부분 개선됐고, 과거와 같은 금권선거도 어려워졌다는 게 부활론의 근거다. 정당 당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국적으로 800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당원들 목소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법체계에선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의 정치적 운신에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원외위원장 측에서도 기초단위 정당조직 부활을 강력 주문하고 있다. 현역의원들은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어 후원회를 통해 당협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있지만 원외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2020년 8월 이원욱 의원 대표발의 법안을 필두로 지금까지 7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인 지난해 4월과 후반기인 11월 정치개혁특위 소위에서 두 차례 심사가 있었으나 이후에는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게 영향을 미쳤다. 정치권 관심이 선거제 개편 쪽으로 쏠리면서 정당 조직 개편은 뒤로 밀렸다.

기초단위 정당조직 부활을 위해선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당법에선 정당 조직 체계를 바꾸는 내용이 담기고, 정치자금법에선 조직 운영자금 조달방법, 회계 투명성 보장책 등을 규정하고 있다.

두 차례 정개특위 심사에선 명칭부터 논란이었다. 법안에선 지구당, 지역당, 시·군·구당 등이 제시됐다. 지구당은 과거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일찌감치 배제됐다. 선관위는 시·군·구당을 선호했지만, 특위 의원들은 ‘지역당’에 뜻을 모았다.

현행 시ㆍ도당 존치 여부도 쟁점이었다. 일부 법안은 시도당을 임의기구로 바꿔 ‘시도지부’로 전환하자는 안을 냈으나 다수 특위 의원들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안을 지지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도당이 정치 주체로서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될 단위가 광역자치단체로, 광역적 정치 행정 수요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늘었다”면서 존치론을 지지했다.

유급사무직원을 몇 명까지 허용할 것이냐도 쟁점이다. 현행 정당법은 전국 시도당을 모두 합쳐 총 100인 이내에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 전반기 특위에선 시ㆍ도당의 경우는 현행처럼 ‘총 100인 이내’를 유지하고, 지역당에는 1명 이내로 두기로 했다. 유급직원 수는 사무실 운영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이다.

지역당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후원회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에서 다뤘다. ‘후원회지정권자’에 기존의 중앙당 외 지역당을 추가해 후원금을 받도록 했다. 지역당후원회는 연간 5000만원 한도에서 후원금을 모금·기부할 수 있고, 후원인은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지역당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다.


후원회 설치 외에도 △중앙당에 후원금을 낼 때 지역당을 지정해 기부 △당비 일정부분 자체 지역당에서 사용 등의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국고보조금의 일정부분을 지역당에 의무적으로 배분하는 안은 중앙당과 이해충돌 때문에 일찌감치 배제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은 여러가지 편법을 동원해 기존의 당협을 과거 지구당 조직처럼 활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정당법 개정에 따른 실익은 편법을 적법으로 바꾸는 정도”라면서 “그에 비해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후원금, 당비, 국고보조금 등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지역구 관리를 위한 정치자금 운용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선관위, 기초단위 정당조직 부활에 조건부 찬성…사당화 방지, 고비용 해소 등 내걸어


중립적인 중앙선관위는 기초단위 정당조직 부활 법안에 대해 2015년, 2016년, 2021년 3차례 공식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3차례 모두 기초 조직 부활에 찬성 입장이었지만, 과거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선관위는 2021년 5월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한 의견에서 ‘생활정치 활성화를 위한 구·시·군 당 설치를 허용한다’면서도 ‘당대표에 의한 사당화 방지’, ‘고비용 해소 및 회계 투명성 확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선관위는 기초 조직 신설을 위해 기존 시ㆍ도당을 임의기구로 바꿔 ‘시ㆍ도지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정당법 제3조 ‘정당의 구성’은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ㆍ도당으로 구성한다’로 규정돼 있다. 선관위 안대로라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자치구·시·군에 소재하는 구ㆍ시ㆍ군당으로 구성하며, 임의기구로 시ㆍ도지부를 둘 수 있도록 한다’로 바뀌게 된다.

이어 사당화를 막기 위해선 구·시·군당의 대표자를 당원총회 또는 대의원대회에서 비밀투표 방식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현행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원협의회(당협) 운영위원장을 ‘당협 관내 전당원 선거’, ‘책임당원 선거’ 등으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현역 의원이 있는 경우 현역 의원이 당협 운영위원장으로 추대되는 게 관행에 가깝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또 위원장이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전 1년 전까지 사퇴할 것을 주문했다. 후보 경선에서 당협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선관위는 구·시·군 당 운영비 마련을 위해 현재 중앙당이 활용하고 있는 국고보조금, 당비, 후원금 등 3가지 방안을 모두 구·시·군당이 공유하도록 했다. 과거 ‘지구당’ 시절에 조직 운영자금을 위원장이 전적으로 부담한 탓에 지구당 사조직화가 초래됐다고 보기 때문에 별도 재원 조달책을 마련한 것이다. 국고보조금의 경우 중앙당에 지원되는 경상보조금의 10%를 선관위가 구ㆍ시ㆍ군당에 직접 지급하도록 했다. 구ㆍ시ㆍ군당 소속 당원이 납부한 당비에 대해선 당헌ㆍ당규가 정하는 비율만큼 자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후원인이 중앙당, 시ㆍ도지부 외에 구·시·군당을 지정해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들 방안은 중앙당의 몫을 구ㆍ시ㆍ군당이 나눠갖는 것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법안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고비용 해소 차원에서 지방의회에 의석을 가진 구ㆍ시ㆍ군당은 지방의회 청사에 사무실을 둘 수 있도록 했다. 그럴 경우 사무실 임대료를 아낄 수 있다.


조직 신설 대신 기존 ‘당협 보완’ 법안도 발의

기초단위 정당조직(기초 조직) 신설을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는 가운데 새로운 조직을 만들지 않고 기존 당원협의회(당협)를 보완해 사무소 설치를 허용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조직 신설 법안과 당협 보완 법안을 함께 심사 중이다.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당법 개정안’은 정당 등록 취소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른 정당의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정당은 당원협의회 사무소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초 조직 신설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이 법안을 대안으로 긍정 평가한다. 강민국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개특위 소위 심사 때 기초 조직 신설을 위한 정당법 개정안을 겨냥해 “이게 사실 총재 제도의 부활이다”고 깎아내린 뒤 “대안이 뭐냐. 지금의 당협 제도를 보완하면 되는 것이다. 당협 사무실 설치를 허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조직 신설 법안의 핵심 내용이 사무소 설치와 유급사무직원 허용이기 때문에 김 의원 법안이 어느 정도 ‘대체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조직 신설에 따른 부정적 여론도 피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조직 신설 법안의 경우 정당법 개정안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짝을 이뤄 발의됐지만, 김 의원 법안은 정당법 개정안뿐이라는 게 흠이다. 당협에 사무소가 설치되고 유급사무직원이 허용되더라도 그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책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치자금법 개정이 동반되지 않고 당협에 사무소와 유급직원이 허용되면 기존의 국회의원후원회로 들어온 후원금을 나눠 써야 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대다수 의원들이 이 법안을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혁식 기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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