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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불송치 없애고, 다시 ‘전건 송치’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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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17 06:04:34   폰트크기 변경      
[파워인터뷰] 이완규 법제처장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완규 법제처장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에 부여한 1차적 수사 종결권을 다시 거둬들이는 등 형사사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이 처장은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검사와 경찰의 역할 분담과 관련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점은 경찰의 불송치 제도를 없애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처장은 검사 재직 시절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정통해 검찰 안팎에서 ‘최고의 이론가’로 꼽혔다. 변호사로 개업한 뒤에도 수사권 조정 국면이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국면에서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21년 1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됐다. 게다가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 등 6대 중요범죄로 대폭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검수완박법 시행 이후에는 ‘부패ㆍ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다시 한 번 줄어들었다.

이 처장은 우선 검ㆍ경의 역할 분담과 관련해 “수사 절차에서 증거를 수집하거나 용의자를 잡는 수사 활동은 경찰이 하는 게 맞고, 다음으로 (경찰이) 모은 증거를 보내주면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하는 건 검사가 하는 게 맞다”며 “이것이 합리적인 분업인데, 지금은 분업체계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인 수사 활동은 경찰이 맡고 검찰은 주로 기소 여부 등에 대한 결정 업무를 맡게 하면서 예외적으로 필요할 때 수사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지금처럼 죄명으로 나눠놓고 제한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입법 과정에서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를 제한했는데, ‘왜 이 범죄는 수사할 수 있고 저 범죄는 수사할 수 없는지’ 합리적인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검사의 수사권을 제한한 검찰청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처장은 경찰의 불송치 제도와 관련해서도 “일선 경찰의 부담도 덜고,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종전처럼 ‘전건 송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범죄자를 잡거나 증거 수집에는 익숙한 반면 죄가 되는지에 대한 법리적 훈련이나 결정문을 쓰는 훈련은 부족하다는 이유다. 결국 일선 경찰 수사 담당자들에게 부담만 늘어나 사건 처리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과중한 업무로 ‘수사부서 기피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경찰은 수사 활동의 전문가인 반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검사의 역할”이라며 “법률지식을 기초로 증거를 취사 선택해 사실관계를 확정한 뒤 유무죄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업무는 국민의 신뢰가 굉장히 필요한 업무로, 국민들을 납득시키려면 결정을 할 때 그 이유를 정확하게 써야 한다”며 “이유를 쓰는 훈련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에 1차적 수사 종결권을 주면 감당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게다가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할 경우 경찰서장 명의로 결정서가 나가는데, 경찰서장은 불송치 이유를 잘 알지도 못하고, 담당자들이 쓰는 결정서는 부실하다보니 결국 사법 신뢰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처장은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에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폐지된 점도 문제삼았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본회의에 올라온 수정안에 그 내용이 포함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장애인 학대 범죄 등이 묻힐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학대 범죄 등은 제3자의 고발을 통해 경찰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더라도 고발인이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이 막혔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법 체계에도 반한다”며 “일반 행정처분보다 더 중요한 형사소송 절차에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정말 잘못된, 반헌법적 입법”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 처장은 대법원이 추진 중인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대면심리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제도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을 논의해야지, 대법원 규칙으로 도입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휴대전화ㆍ컴퓨터 등 피의자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에 검색어와 검색 대상 기간 등 ‘영장 집행계획’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통상 범죄자들이 은어 등을 사용하는 만큼 한정된 검색어로는 압수수색에서 별다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할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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