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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식의 정치 클릭] 하이에나와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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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18 10:29:38   폰트크기 변경      

아프리카 초원에서 떼로 몰려다니는 하이에나 패거리는 덩치가 크고 힘센 초식동물 무리를 만나면 주위를 빠르게 맴돌며 약점을 노리다가 동작이 굼뜬 성체나 어미에게서 떨어진 새끼들을 노려 집중 공격을 퍼붓는다. 우두머리의 선공으로 표적이 정해지면 사자보다 1.5배 강하다는 치악력을 앞세워 끈질기고 집요하게 물어뜯어 ‘약한 고리’를 넘어뜨린 뒤 결국 먹이로 삼는다.

대한민국 야당은 자신들이 ‘검찰독재공화국’이라고 부르는 막강 윤석열 정부에서 ‘대일 관계’와 ‘김건희 여사’를 ‘약한 고리’로 찍은 듯하다. 일제식민통치를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의 원초적 반일감정을 조금만 자극하면 윤 정부 대일 정책을 ‘친일매국 프레임’에 몰아넣을 수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나돌았던 김 여사와 처가를 둘러싼 추문들이 국민 뇌리에 잔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김 여사 관련 얘기도 조금만 살을 붙여 음모론으로 키우면 ‘권력형 비리 프레임’에 가둘 수 있다.

지금 전국의 폭우 피해 때문에 “물난리에 컨트롤타워 부재”라며 재난 쪽으로 잠시 총구를 돌렸지만, 어느 정도 수습이 되면 야당은 다시 약한 고리에 불을 댕길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주변 김 여사 일가 땅 논란은 가성비 좋은 ‘꽃놀이패’다. 아무리 기준치 이하라도 방사능물질이 섞인 오염수가 일본 정부에 의해 태평양 바닷물을 흐리는 것은 사실이고, 아무리 땅값에 영향이 없더라도 김 여사 일가 땅이 대안노선 가까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한번 문 먹이를 순순히 놓아줄 이유가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오염수 방류에 대해 “윤석열 정권이 일본의 핵 오염수 투기 공범이 되기로 한 것 같다”면서 “국민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빗장을 우리 대통령이 활짝 열어젖힌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가 점입가경이다. 모든 의혹과 의문의 출발점은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이라고 주장했다.

당 대표가 표적을 분명히 찍었기 때문에 소속 의원들의 투쟁도 활기를 더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단식 농성,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회의원단 일본 방문,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 실시 요구 등 여론을 환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당 대표 구령에 맞춰 율동을 같이하는 게 지역구 내려가서 주민들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보다 내년 총선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IAEA 보고서가 “안전하다”고 해도, EU 집행위가 IAEA 보고서를 신뢰해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더라도 그들 눈에는 모두 일본 로비력의 결과로 보인다. 강하IC를 신설하기 위해 예타 노선을 변경했다고 해도, “노선 변경은 기술적 관점에서 독자 결정한 것”이라는 타당성조사 용역업체의 설명에도 이미 ‘호랑이 등’ 위에 올라탄 야당으로선 내려올 수도 없다.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4~5년 뒤 국내에 들어올 때까지, “김 여사 일가 특혜를 위해 노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가 고발당한 전 민주당 대표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프레임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 민의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비근한 예로, 21대 총선 전해인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무소불위 대통령에게 또다른 칼을 주는 것”이라며 ‘공포 마케팅’으로 신설 법안에 반대하고 법안 저지를 위해 ‘동물국회’도 불사했다. 같은 당 대표는 공수처법 포기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강경투쟁을 이어갔지만 선거 결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 최대 참패로 귀결됐다.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떠벌리고(침소봉대),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이 정신을 못 차리도록 속이는 (혹세무민) 주장을 계속 편다면 총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합리적 중도층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면 직접 당할 수밖에 없다.

권혁식 논설위원 겸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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