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과 합동조사의 목적은 무엇일까. 세상을 등진 교사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밝히고 그를 통해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발표 내용은 사고 이후 학교장 명의로 발표된 학교의 입장문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데 한참을 할애한다. 입장문 조항을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교사가 원했던 업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치인 부모가 없었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만, ‘추정한다’라는 표현으로 도망갈 자리는 열어놓기도 했다. 학부모 폭언 여부 역시 진상 규명은 경찰로 미뤘다.
무엇을 위한 조사였을까. 밝힌 것은 거의 없다. 누구를 위한 조사인가. 세상을 등진 교사나 거리로 나선 교사들을 위한 조사는 아닌 것이 확실하다.
‘진상규명 합동조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이뤄진 이번 조사결과를 요약한다면 ‘학교의 입장문은 틀린 게 없다’, ‘정치인 학부모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것이다. 결국 교사 사망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이라기 보다는 학교 입장문의 진위와 정치인 학부모 존재 여부에 대한 조사인 셈이다.
지난 칼럼에서 폭력을 바로잡으려면 ‘은폐하는 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었다. 책임 있는 자들이 은폐하면 문제가 더욱 커지고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도움을 받기는커녕 지속적이고 더 큰 폭력을 당하게 되고 2차 가해도 우려된다.
그런데 은폐라는 게 꼭 증거인멸 같은 적극적 행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진실을 밝혀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그러지 않은 것 또한 은폐다.
책임 있는 자의 은폐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세상을 등진 교사가 왜 그랬는지 앞장서서 밝혀야 할 곳이 학교와 교육부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태도는 ‘큰 문제 없었다’, ‘잘 모르겠다’라는 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우리 사회 곳곳의 카르텔 척결을 강조하고 주문하고 있다. 진상조사라기보다는 면죄부 같은 이번 교육부 발표를 보면서 여기에도 교육 카르텔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건 아닌지 묻게 된다.
김정석 정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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