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사진:연합

[대한경제=김승수 기자] 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이 18일(현지시간) 3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New Era)를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하고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에 따라 한미일은 안보ㆍ경제를 망라한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의체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핵심 협력체로 발돋움한다. 특히 '공동 위협에 신속 협의'를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3국 안보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1994년 한미일 정상회의가 처음 개최된 이래 다자회의 계기가 아니라 단독으로 3국 정상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3국 정상은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의 당위성과 전방위적인 공조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오늘 우리 세 정상은 '새 시대를 향한 3국 간 협력'의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3국이 힘을 합쳤을 때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할 수 있고, 그것이 우리 3국과 3국 국민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언과 관련해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 협력이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장기간 지속되는 협력을 통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미일 3국 간 전략적 연계의 잠재성을 꽃피우는 것은 저희에게 있어 필연적인 일이고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한미일 정상은 3국 협력 방향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건의 결과 문서를 채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섯 문장으로 구성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이다.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 협의를 명문화한 것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수준이 비정기적인 대북 공조에 머무르던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여기서 나온다.

한일관계 부침 속에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별개로 유지돼온 한미일 관계는 이번 공약에 따라 더욱 확실한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 "무엇보다 우리는 대한민국, 미국, 일본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뜻을 모았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도 “새롭게 다져진 우정의 연대와 함께, 철통같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이어진 우리 각각의 양자 관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우리의 3자 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으로 한미일 협력 체계가 미국 주도로 지난 몇 년간 발족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이상의 소다자 협력체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은 전날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는 공동성명에도 명시돼 있듯이 '세 나라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그래서 'a new era of trilateral partnership'으로 명시됐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부터 가속화한 한미일 협력은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제도적 틀을 갖추며 본궤도에 올랐다.

3국은 1년에 최소 1차례의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하는 동시에 국가안보보좌관(국가안보실장)과 외교-국방-산업장관 간에도 연 1회 정례 회담을 추진하기로 하고 재무장관 회담도 정례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인도·태평양 대화'와 '해양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출범시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태평양 도서국의 개발 협력, 인도적 지원을 조율하기로 하면서 동시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 연내 가동, 한미일 3자 훈련 강화 등에도 합의했다.

북한을 향한 경제적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불법 외화 수익을 차단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북한 사이버 실무그룹'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은 “한미일 정상이 함께 국군포로, 자유통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공식 언급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개별 현안에 대해서 협력을 모색했다”며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사우스 개발협력, 보건, 여성 등 모든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했다는 포괄적 협력의 새로운 장”이라고 밝혔다.

김승수 기자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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