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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31일 이후 이미 용역계약 체결을 마친 전관업체와의 계약 사항들을 모두 해지한다고 밝혔다/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박경남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하면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용역업체의 아무런 책임 사유 없이 이미 체결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무리수’라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소송전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만일 소송전이 현실화하게 되면 LH는 법적 다툼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소송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LH는 지난 20일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를 공개한 이후 전관 업체와 체결한 11건·648억원 규모의 계약을 전격 해지하고, 입찰공고 및 심사 절차 중인 23건·892억원 규모의 계약 절차를 취소·중단하기로 했다.
문제는 LH가 기존에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성 등을 사전에 감지하고도 공공기관으로서 무책임하게 일방적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점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이번 회의에서 “(계약 취소에 따른) 법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전관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단절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달라”고 말했다.
LH가 계약 해지 대상 용역업체와 법적 다툼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LH의 기존 계약 해지에 부합할 만한 법적 근거를 찾아보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용역계약일반조건은 계약 해제 또는 해지 조건을 △계약상대자의 책임있는 사유 △발주자의 사정 변경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단순히 전관이 있다는 사유에 따른 LH의 계약 해지를 충족할 만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LH의 계약 해지가 불소급 원칙, 부당결부금지 원칙 등에 반하며 이번 사태의 불길을 잡기는커녕 불길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공공건설 전문 변호사는 “LH 전관 카르텔 혁파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전관을 계약 해지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공공기관의 신뢰나 현행 법 체계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LH의 일방적 계약 해지는 2차, 3차 부작용으로 이어져 문제를 더 키우는 해결방식”이라고 말했다.
박경남 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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