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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계약 백지화 후폭풍](2) 전관 카르텔 혁파엔 ‘공감’…방법론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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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22 06:40:21   폰트크기 변경      
추후 법적 문제 우려 알면서도 강행…소송전 비화되면 사회적 비용 낭비 불가피

지난 2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LH는‘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31일 이후 이미 용역계약 체결을 마친 전관업체와의 계약 사항들을 모두 해지한다고 밝혔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박경남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용역업체와 체결한 기존 계약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한 것은 ‘LH 전관 카르텔’을 끊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LH가 발주하는 설계·감리 용역 수주를 싹쓸이하며 LH 전관의 이권을 챙기는 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심지어 건축설계 업계 내부에서도 LH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산재한 이권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

한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전관 카르텔은 비단 LH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전관 카르텔을 통한 영업과 로비는 분명 깨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관 카르텔 혁파를 위한 국토교통부와 LH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기류가 역력하다.

LH 전관 카르텔이 그만큼 심각하고, 전관 카르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갈수록 강해지는 상황에 대해 정부의 조급한 입장에는 공감하면서도, LH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기존 법 체계를 무시하는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계약을 단지 ‘전관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해지할 경우 법적 분쟁이 잇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H와 용역업체 등 계약당사자 간 이행해야 할 계약조건 등을 규정한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용역계약일반조건에 그 답이 있다.

용역계약일반조건에는 계약 해제 또는 해지에 대한 조건이 담겨 있다. 우선 계약 상대자의 책임 있는 사유가 있을 경우 발주자는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는데, 이때 계약 상대자의 책임 있는 사유는 △정당한 이유 없이 착수기일을 경과하고도 용역수행에 착수하지 아니할 경우 △계약 상대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용역 수행기한까지 해당 용역을 완료하지 못하거나 완료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될 경우 △계약 수행 중 뇌물수수 또는 정상적인 계약관리를 방해하는 불법·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등이다.

또한 계약 상대자는 계약내용 변경으로 계약금액이 40% 이상 감소되거나 용역수행 정지기간이 계약기간의 절반을 초과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용역계약일반조건 상 용역계약 해제·해지 조건은 이번 LH의 계약 해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발주자의 불가피한 사정 변경에 의해서도 계약 해제·해지가 가능한데, 이 경우 발주자의 불가피한 사정 변경은 정부정책 변화, 관계 법령 제·개정, 과다한 지역 민원 제기 등으로 인한 사업 취소로 국한돼 있다.

LH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계약 취소·입찰 중단 계약의 지속적인 사업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발주자의 불가피한 사업 취소에 따른 계약 해제·해지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결국 LH가 기존에 체결한 용역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법적 근거 없는 부당한 계약 파기”라며 “법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근거가 부족해 법원에서 계약 취소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계약 파기인 만큼 LH가 손해배상 의무까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만일 용역계약을 해지 당한 업체들이 실제 소송을 제기할 경우 해당 사업의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고, 법원이 최종적으로 용역업체의 손을 들어줄 경우 LH는 주택공급 지연에 대한 책임은 물론 손해배상 등에 따른 ‘혈세 낭비’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H가 이미 체결한 계약을 한 순간에 없던 일로 하면서 분명 법적 검토를 거쳤을 것으로 본다”며 “문제의 소지가 큰 데도 불구하고, 계약 해지를 강행한 만큼 LH는 법적 다툼 등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남ㆍ이승윤 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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