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년 전 “층간소음 걱정을 확실히 덜어 내 집에서 눈치보지 않고,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과 노력”을 약속하면서 층간소음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사후확인 매뉴얼을 비롯해 손해배상 방법, 인센티브 제공방식, 바닥구조 하자 판정기준 등 세부사항을 동시에 마련하고 있다. 사전성능 인정기관들도 강화된 차단성능 등급에 따라 인정서를 발급하고 있다.
대책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신축 주택에 대한 성능검사제도, 일명 ‘사후확인제’일 것이다. 이제 입주자들은 시험실이 아니라 실제 거주하는 세대의 객관적 성능을 알 수 있게 됐다. 반면 많은 주택건설사업자들은 고민에 빠져있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어떤 차단구조를 쓰면 최저기준을 만족하는지, 당초 계획한 성능이 모든 세대에서 균일하게 확보될 지,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다.
사후확인제가 시행되면서 층간소음 저감기술의 현 주소를 마주하게 됐다. 바닥충격음 차단을 위한 최소 성능기준이 공식화된 2000년대 초반 이후 무수한 바닥구조가 개발됐지만 막상 사용검사 전 공식적으로 성능을 검증한다고 하니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차단성능ㆍ시공성ㆍ경제성을 고루 갖춘 바닥구조를 찾기 힘든 현실이다. 오래 전 120㎜였던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가 층간소음을 고려해 210㎜ 이상으로 의무화됐고, 공공아파트 슬래브가 250㎜로 두꺼워지는 이유이다.
첫 사후확인 대상으로 유력한 40세대 규모의 주택이 올 가을 준공을 앞뒀다. 전체의 2% 세대를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뿐 아니라 이후 진행 절차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사세대수, 통과여부 판정기준, 손해배상 및 보완시공의 실효성 등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 보니 입주자 반응을 예단하기 어려워서다. 층간소음이나 외부소음이 없는 주택은 이제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소비자의 요구 수준과 공급자가 제공할 수 있는 수준 간에는 제법 차이가 있고, 물리적 차단성능 개선에는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거주자 눈높이를 따라가려면 정부, 사업자, 시공자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자들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공급자인 업계 전반의 관심과 경각심부터 높여야 한다. 업체별 온도차가 있다. 홍보와 브랜드 선점 효과를 노리는 대형건설사와 차단구조 개발사는 적극 나선 반면 층간소음 이슈의 대응인력이 아예 없거나, 구체적 대응책이 눈에 띄지 않는 업체도 많다. 층간소음 분쟁은 주택의 규모ㆍ유형과 관계없이 발생한다. 대응 여력이 없는 사업자에 대해선 정부가 기술공유시스템 구축, 최소의무 적용기준 마련 등의 제도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고성능 차단구조에 대한 차질없는 시공도 전제돼야 한다. 그 동안 사전인정제에 안주하다보니 시공 현장에 관심을 덜 기울였다. 아무리 우수한 차단기술이라도 시방서와 사전인정 내용에 따른 재료 검수, 작업 정밀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표한 성능을 담보할 수 없다. 부실공사 논란으로 국민적 분노와 불신이 만연한 만큼, 이번 기회에 관련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감사원 감사 등를 통해 층간소음과 관련한 국민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사후확인제는 이런 불신을 극복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침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층간소음정책협의회 운영이 본격화했다고 하니, 현실성있는 대책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주택에 대한 해법도 고심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파트 거주자의 80%가 층간소음으로 ‘참을 인(忍)’을 새기면서 살고 있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주자의 70%는 위층ㆍ아래층 세대와 교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묻지마 범죄’가 늘고 층간소음 민감도가 높아지다보니, 이웃에 대한 배려만 무작정 요구할 수도 없다. 이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 주택의 층간소음 성능개선법도 속히 제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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