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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가덕도공항 개항…지반공학기술이 밑거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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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16 08:27:39   폰트크기 변경      
[파워인터뷰] 김영욱 한국지반공학회 회장

김영욱 한국지반공학회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5년의 공사기간이면 가덕도공항 개항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정회훈 기자] “지반공학 측면에서 부산 가덕도공항의 난도를 굳이 매긴다면 인천국제공항보다는 어렵고 일본 간사이공항(오사카)보다는 쉽다. 간사이공항이 개항까지 7년의 공사기간이 요구됐지만, 가덕도공항은 5년 만의 개항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김영욱 한국지반공학회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5년의 공사기간이면 가덕도공항 개항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계획안과 같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2024년 12월 착공,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잡았다. 개항시점은 사전타당성 조사와 비교하면 무려 4년 8개월이 줄었다. 현재 국가적으로 공을 들이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시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개항 필수시설 외에 장래 활용 유보지 등은 2030년 준공된다.

기본계획안이 사실상 확정(12월 고시)되면서 공항 건설을 위한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지조성은 내년 초 단일공구 턴키(설계ㆍ시공일괄입찰)로 발주되며, 여객터미널은 국제현상공모 후 설계ㆍ시공 병행(패스트트랙) 방식이 적용된다.

가덕도공항은 총사업비 1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매머드급 사업이다. 부지조성공사에만 7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김영욱 회장은 “착공 후 개항까지 5년으로 볼 때 부지조성은 4년으로 전체 공사기간의 80%를 차지한다. 부지조성에 개항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례없는 급속시공…지반공학 기술은 필수

가덕도공항은 에어사이드(319만9000㎡), 랜드사이드(220만9000㎡), 지원시설(126만1000㎡) 등 총 666만9000㎡(666.9㏊)로 조성된다. 축구장 면적의 무려 934배가 넘는다.

규모도 그렇지만 공항이 육상과 해상에 걸쳐 건설된다는 점이 난제다. 김 회장은 “연약한 점토층의 깊이가 최대 45m에 이르며, 보강해야 할 연약지반 면적은 약 470㏊에 달한다. 이에 필요한 매립 작업량은 무려 2억2000만㎡로 추산된다. 지반공학 기술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 및 일본 간사이공항과 비교해 설명했다. “인천공항은 영종도 부근 여러 섬을 간척해 조성했다. 해상 매립도 일부분 있었지만 사실상 육지에 조성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연약 지반의 평균 깊이도 5m에 불과했다. 대심도 지반 개량공업이 필요한 가덕도와 비교한다면 지반조건이 훨씬 우수했다.”

간사이공항의 연약지반 처리 면적은 510㏊, 매립물량은 1억8000만㎡으로 규모 면에서 가덕도와 유사하다. 김 회장은 “간사이는 100% 해상 매립으로 1987년 착공해 7년에 걸쳐 공사를 수행했다”면서, “반면 가덕도는 해상에 육상이 걸쳐 있고,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진보ㆍ축적된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간사이보다 2년을 단축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밀한 지반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간사이의 경우 연약지반 처리가 완벽히 되지 않아 현재 조금씩 침하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막는 시설물(자키)을 설치했다”면서, “가덕도는 유례없는 급속시공인 만큼 시공 중 호안 슬라이딩(옆으로 무너짐) 및 시공 후 잔류침하량이 예상 외로 발생할 수도 있다. 정밀한 지반조사를 바탕으로 지반거동 예측 및 지반계량 기술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ㆍ안정성을 고려한 공법 선택

가덕도공항은 해상에 활주로(랜드사이드)를 건설하기 때문에 대규모 매립이 필수적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인근 해저에 모래가 충분했기 때문에 매립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낙동강 하구의 가덕도 인근에는 토사가 충분치 않다. 가덕도의 암을 발파ㆍ소분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이마저도 부족하다면 주변의 토사를 채취해 조달해야 한다.

김 회장은 “간사이공항을 비롯해 일본의 하네다ㆍ주부ㆍ고베공항이나 중국 마카오공항은 바다를 매립하고 인공섬을 조성해 건설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호주 브리즈번공항은 유지 끝 해안을 부분적으로 매립했고, 홍콩 첵랍콕공항은 가덕도와 유사하게 섬의 해안을 매립했다”면서, “가덕도의 매립지 골재 부족이 우려되긴 하지만, 해외사례를 비춰볼 때 주변의 골재를 조달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립지 공항 건설은 기본적으로 해양조건, 연약지반의 두께, 매립규모 등을 고려해 적합한 공법을 선택해 지반을 개량한다. 가덕도공항은 PBD(플라스틱 보드 드레인)와 DCM(대심도 시멘트 혼합)이 사용될 예정이다.

PBD은 플라스틱 관(연직배수관)을 연약지반에 심은 뒤 그 위로 토사를 매립하면, 토사의 압력에 의해 연약지반의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지반을 단단하게 개량하는 공법이다. DCM은 연약지반에 시멘트와 물의 혼합물(슬러리)을 저압으로 주입한 뒤, 연약지반의 토사와 반응을 일으켜 연약지반을 콘크리트 덩어리로 대체하는 공법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PBD는 연약지반 개량 전반에, 안정성이 탁월한 DCM은 활주로와 연계되는 지반개량에 사용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PBD공법은 다른 지반개량공법에 비해 가장 경제적이지만, 국내에서는 해상에 적용한 사례가 없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가덕도공항은 급속시공에 해당되므로 공법 적용 시 정확한 잔류침하량 예측과 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활주로는 항공기 운행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침하기준을 충분히 만족하게 하는 결과값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영욱 한국지반공학회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5년의 공사기간이면 가덕도공항 개항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 안윤수 기자 ays77@

지반공학은 건설의 기본이자 기초

최근 건설산업의 안전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시공 중인 건축물의 연이은 붕괴 사고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포항ㆍ경주 지진으로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 및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욱 회장은 “지반공학은 건설의 기본이자 기초”라는 말로 건설 안전에 대한 지반공학의 역할을 압축해 표현했다. 그는 “세계 최고 높이의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나, 세계 최장 현수교인 튀르키예의 차나칼레 대교도 지반공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면서, “세상의 모든 구조물들이 그 위치에서 우아함과 위상을 뽐낼 수 있는 근간은 우리 지반공학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지반공학 기술은 일본과 함께 선두권에 위치한다. 김 회장은 “이는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했다. “3면이 바다이지만 해안마다 특성이 다르고,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형이며, 큰 강들의 하구에는 깊은 퇴적층이 분포하고 있어 다양한 지반을 대상으로 인프라를 건설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탄탄한 기술 훈련을 쌓은 ‘K-지반공학’은 20여년 전부터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1999년 아시아지역 국제 토질 및 지반공학 학술대회, 2017년 세계 토질 및 지반공학 학술대회 등 여러 국제 행사를 개최한 것이 그 사례다. 김 회장은 “국제 학술대회를 우리나라가 주관ㆍ개최한 것은 우리 기술을 공유하고 싶은 나라가 많고, 국제 사회에서 우리 기술을 인정받은 결과”라면서, “국제토질및지반공학회, 국제암반공학회, 세계지반학술단체총연합회 등 국제적인 모임에서 회장 및 부회장을 다수 배출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지반공학도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트윈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대부분 스타트업 등 젊은 연구자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연구비 삭감이 이들의 젊은 꿈을 꺾지 않길 바란다. 기술강국이 되기 위해선 당장의 효율성을 따지기보다 도전정신과 과감성을 높이 사는 사회적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반공학회는?
1만3000여명의 회원(누적)을 자랑하는 한국지반공학회는 1984년 창립해 지하굴착, 사면 및 산사태, 초고층 구조물 및 교량기초, 터널 등 오늘날까지 지반공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어왔다. 특히, 지반분야의 재해 및 사고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엔지니어링 기술 및 시공기술의 향상, 지속적인 재교육울 통한 전문기술 향상에 노력했다.

매년 2차례(봄ㆍ가을) 열리는 학술대회는 대학원생부터 퇴임한 교수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토론의 장으로, ‘K-지반공학’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서 발표된 우수 논문은 국제 학술지에도 게재한다. 내년부터는 학부생까지 초청해 소통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제 20대 회장인 김영욱 회장은 고려대 학ㆍ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부터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산업혁력단장도 맡고 있다.

정회훈 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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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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