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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 초대석] “부품업체, 미래차 생산 고작 8%…특별법 미적대다간 줄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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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30 05:00:15   폰트크기 변경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

패러다임 전환기, 중장기정책 미흡
전기ㆍ자율차 경쟁 본격화 땐 타격

국내 부품사 영업이익 3%대 불과
기술개발 투자 점점 축소 ‘악순환’
현대차 내재화 확대 땐 모두 위기
자금ㆍ인력 지원 ‘미래차 특별법’
총선 후로 미루면 미래 장담 못해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자동차 부품사의 미래차 전환을 돕는 ‘미래차 전환 특별법’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 자동차융합기술원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자동차 부품사의 미래차 전환을 돕는 ‘미래차 전환 특별법’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130년 역사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전동화ㆍ디지털화 등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간 내연기관차만 생산해오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ㆍ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시장도 이전과는 다른 상품과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사진)은 부품업계의 미래차 전환 대응도 무척 중요해졌지만, 국내 부품업체 상당수는 여전히 미래차 부품 개발ㆍ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부품사 중 미래차 부품 생산 업체 비중이 10%를 채 넘지 못하며, 연구개발(R&D)을 위한 인력과 자금이 충분한 업체도 소수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이 원장은 “비교적 역량 있는 업체들도 R&D 비용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투자ㆍ인건비 지원 내용이 담긴 미래차 특별법 제정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진다면 중소 부품업체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한창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대응 현황을 평가한다면.

아쉬움이 많다.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산업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었는데, 이런 부분이 약했다. 정부가 ‘시장ㆍ기업에 맡기면 잘 된다’는 식으로 중장기 산업 전략에 손을 놓았다. 때문에 기본적인 현황 분석부터 인력육성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예컨대 국내 R&D 인력을 보면, 현대차(2만명 이상)를 빼고 전국에 1만명이 안 된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절반이 집중돼 있고 비수도권은 주요 도시에도 수백명이 전부다. 중국은 R&D 인력만 700만명이다. 제대로 된 경쟁이 되겠는가. 이제와 전문인력을 육성하려 해도 박사과정까지 10년은 필요하다. 2030년이 넘어간다는 건데 글로벌 전기차 경쟁이 본격화됐을 때다. 남들은 이미 뛰고 있는데 겨우 출발대에 올라서는 격이다.

부품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최근 조사에서 전동화 부품을 생산하는 곳이 전체의 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게 정부 목표지만, 인력이 부족한데다 부품업체들의 R&D 비용은 최근 3년간 계속 줄고 있다. 무슨 수로 기술개발을 하겠나.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필요한 건 돈과 사람이다. 중국은 둘 다 확보했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았고, 어느 하나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우리는 역전당한 것이다.

▲최근 자동차산업이 실적 상승세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최근의 지표 개선은 현대차그룹 매출과 수익성이 향상되고, 이전 실적이 부진했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덕분이다. 업계 전체가 잘한 덕분이라고 보기 어렵고, 현재 상황도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현대차와 중견 완성차업체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으며, 국내 부품사들은 나아진 실적 기준으로도 이익률이 3%대에 불과하다. 해외 부품사들은 5% 이상의 이익률을 기록한다.

이마저도 현대차 계열사와 우량 부품업체들의 실적이 반영된 것으로,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2%를 밑돈다. 이자비용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거다. 때문에 R&D 비용이 계속 줄어드는 것이다.

내년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기술개발이 부족하니 전동화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거고, 실적도 나빠질 거니 투자금액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현대차가 전동화 전략 추진 과정에서 부품 내재화를 계획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전기차 부품 40~50%는 소화하게 될 텐데, 기존에 외부로부터 받던 부품비중이 80%라 한다면 앞으론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무너질 수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전동화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현대차그룹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다./사진: 자동차융합기술원 제공


▲현대차만 놓고 봤을 때 상황은 어떤가.

현대차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형국이다. 내재화를 추진하는 것도 결국 생존을 위해서다. 내재화를 이루지 못한 상황서 부품업계가 무너지면 현대차도 무너지지 않겠는가.

지금이야 현대차가 잘 나가고 있지만, 잠재적 위험이 많다. 미국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하면 현지 점유율을 장담할 수 없고, 유럽은 폐쇄성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선 현대차가 기를 못 편다. 동남아 등 신규시장을 지속 개척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차가 강세며, 중국이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이러한 위기감을 일찌감치 느껴 중장기 로드맵을 그려놨고, 그에 맞춰 하나 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가 기업설명회(IR) 등에서 발표한 내용들이 그것이다.

다만 해당 내용들이 다소 가볍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 내용 하나하나가 산업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가령 인도네시아 진출 내용을 보면, 데리고 간 부품업체가 없다. 역대 현대차 해외진출 중 처음 있는 일이다. 각자도생하자는 것으로, 현대차의 미래 전략이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회 요인은 없는가. 현재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미래차 분야 정도에 한정되지만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가 토요타를 제쳤다. 향후 십수년간은 토요타가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앞뒤 잴 것 없이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절호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현대차가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정책일지라도 일단 추진하고 봐야 한다. 그래야 중소업체도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기가 많이 늦어졌기 때문에, 이것저것 따지다가는 산업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

부품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자금과 인력 지원 내용이 담긴 미래차 특별법도 서둘러 통과돼야 한다. 법안을 발의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등으로 지연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특혜논란을 고려하기엔 너무 급하다.

부품업계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국 부품사만 4700개가 넘는다. 10인 이하 소규모 업체까지 고려하면 1만개는 되는데, 국내 산업규모를 고려할 때 너무 많다. 미래차 대응이 가능한 업체는 많이 잡아도 3000개 이하라고 본다. 나머지 업체들은 업종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미래차 서비스업을 예시로 들 수 있는데, 향후 자율주행 등이 보편화되면 자동차 분야에도 서비스 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연구를 진행해온지 30년 정도 됐는데, 지금처럼 산업이 빠르게 바뀐 적은 없었다. 구조도 복잡해지다 보니 산업계와 정부부처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과 기업, 정부와 기업 등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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