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고금리에 전기차시장 성장세 '주춤'
급성장하다보니 간과한게 많아 기술력 등 돌아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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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종호 기자]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K배터리사는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왔다며 속도 조절을 통한 내실 다지기 좋은 시기라는 입장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사들은 완성차 기업과 협의해 합작공장 가동 시점을 늦추는 한편, 유럽 생산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
이는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량 조절 때문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기존 전기차 생산계획을 폐기하고 미시간주 공장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포드도 120억달러의 전기차 투자 지출을 연기, 올해 연간 6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폭스바겐그룹은 2026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신규 공장 설립을 백지화하고 전기차 생산 계획 축소를 공식화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2021년(115%), 2022년(61%)에 비해 큰 폭으로 축소됐다.
완성차 기업의 전동화 계획 변화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 역시 미국 생산공장 가동 시기를 늦췄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미국 테네시 합작공장 가동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애초 가동 목표 시점은 올해 하반기였다. SK온도 포드와의 켄터키 합작 2공장 가동 시기를 기존 2026년보다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배터리사는 이런 분위기가 배터리 업계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에 맞춰 비용, 인력, 원재료 수급 등 여러 면에서 속도를 올려 왔지만 이제는 각자의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확보 등 근본적인 경쟁력을 돌아볼 시간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K배터리사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만 총 8개(단독 2개, 합작 6개)의 생산 공장을 건설·운영 중이다. SK온도 북미에서 6개(단독 2개, 합작 4개)의 생산 공장을 건설·운영 중으로 국내 기업 중 북미 지역 내에 이처럼 다수 공장을 동시에 짓는 경우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와 관련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1일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애초 계획대로라면 자금이 문제가 아니라 인력이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었다“며 ”급성장을 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시 다지다 보면 재도약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내년 일시적인 휴식기를 ‘양질의 시간’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연구개발, 사무직 등 기존 채용 인원들의 재정비와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광산 등 투자 검토 대상의 가치도 다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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