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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분리매각 하자”…실현가능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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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15 15:39:05   폰트크기 변경      

에어부산 A321neo 항공기./사진: 에어부산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부산 정치권과 상공계를 중심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선 부산 거점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라는 선결과제가 남아있고, 아시아나항공 후광을 벗은 에어부산의 경쟁력 유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분리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지역 재계 등은 이달 안에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위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TF는 지역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에어부산 인수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돕고, 올해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후 아시아나항공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에 매각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 41.89%를 쥔 최대주주다. 에어부산 시가총액이 350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1500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기타 수반비용까지 고려하면 지분 인수를 위해 부산 재계는 20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재계는 인수자금 확보 후 지역 건설사인 동일을 최대 주주로 앞세워 에어부산을 인수할 계획이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 시민공모주 발행도 고려한다.

이들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건 2029년 가덕도 신공항 개항 때문이다. 신공항이 지역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부산 거점 항공사 역할이 필요한 만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으로 입지가 불안해진 에어부산을 떼어 내 달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해 대형 LCC(저비용항공사)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부산 지역사회는 통합 LCC 거점을 부산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인천으로 근거지를 못 박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 시민들의 자부심이 상당하기에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며 “양대 항공사 간 합병과 부산엑스포 유치 이슈가 겹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한창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분리매각 논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미 화물사업부 매각 등 숱한 변수와 마주했던 산은과 아시아나항공이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낮다. 업계도 합병이 결론난 후 분리매각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의 독자생존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에어부산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465억원인데,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 효과가 사라질 내년 이후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전 에어부산의 연간 순이익은 200억~300억원 수준이었다. 회사에 쌓인 결손금이 323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이마저도 아시아나항공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에어부산은 항공사 실적과 직결되는 항공기를 21대 운용 중이다. 이 중 14대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낮은 금리에 리스 중으로, 올해 3분기까지 지급한 이자는 2189억원이다. 반면 외국 리스사로부터 들여온 나머지 7대에 대한 리스이자는 3578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분리될 경우 항공기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자비용도 큰 폭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0년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지원에 나서며 자본잠식 등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수주체의 의지와 자금력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부산 재계의 에어부산 인수 추진은 긍정적”이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한 푼이 아쉬운 만큼 분리매각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항공산업은 자본집약적 특성이 강해 인수주체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분리매각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며 “향후 부산 재계 등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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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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