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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 초대석]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특혜 수준 혜택 없이 노후도시법 성공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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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05 06:00:34   폰트크기 변경      

1기 신도시 재건축 성패 핵심 키워드는 ‘공기’

이주계획ㆍ특혜 논란 등 곳곳 ‘지뢰밭’

성남 구시가지 순환개발 전철 지양해야

2008년 뉴타운 사태 재연 가능성 높아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이 지난 1일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비시장의 향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안윤수기자 ays77@


[대한경제=최중현 기자] “1기 신도시 재건축 성패를 가를 핵심 키워드는 형평성 논란, 교통대책, 이주대책, 그리고 공사비다.” 정비시장의 젊은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는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같이 지적하면서 “특혜 수준의 지원책 없이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물론 전국을 아우르는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특별법 하위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된 다음날인 지난 1일 김 소장을 만났다. 그는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비시장 분위기를 ‘대혼란’이라고 정의했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부동산경기 침체기에 정부의 소나기식 정비규제 완화책이 맞물리면서 정비사업지의 기대가 높은 동시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최근 잇따른 정비사업 규제완화책과 관련해 “한마디로 총선용이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 방향성은 맞다. 이번 기회에 활성화하지 못하면 주택공급 절벽을 막을 길이 막막해진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의 주택인허가가 사상 최저치다.


작년 서울의 주택 인허가 실적이 역대 최저치인 2만5567가구였다. 서울에 집을 지을 택지가 사라진 가운데 정비사업마저 줄줄이 표류해서다. 이전 정부의 과다한 규제 탓에 정비사업이 꽉 틀어막혀서다. 주택공급 절벽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서울의 인허가 실적은 더 줄 것이다. 인허가를 받은 주택마저 착공을 미루고 있다. 과거만 해도 인허가를 받은 주택의 70∼80%가 실제 착공됐지만 PF위기가 맞물린 지금은 절반도 착공이 안 된다.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의 멸실주택량을 고려하면 서울의 주택공급이 작년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을 평가하면.

분명히 호재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인센티브에 연동된 공공기여가 따른다. 75층까지 허용해도 층이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 서울의 여의도, 성수동, 목동, 압구정동 등지의 알짜 재건축단지들이 높이를 낮추고 있다. 공사비가 1.5배에서 2배로 높아지는 탓에 분담금을 우려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서다. 실상 높이 규제만 없으면 용적률 300%만 받아도 1개동은 70층 이상 지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분담금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0년 8ㆍ4대책으로 나온 공공 재건축과 1기 신도시특별법은 놀랄 정도로 닮았다. 최대 용적률 500%를 주고 정부가 저금리로 금융비용까지 지원하면서 인허가 절차도 대폭 단축하기로 약속한 점에서다. 반면 정비사업장에선 난리가 났다. 인센티브에 버금가는 공공기여 요구 탓이다. 조합원들이 들고일어나니, 조합 집행부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없다’는 주장인데,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이를 따라가고 있는 듯해 걱정스럽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이 정부의 1기 신도시특별법 하위시행령이 입법예고된 다음날인 1일 1기신도시특별법의 향후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안윤수기자


1기 신도시 정비가 제대로 될까.

불확실한 변수가 너무 많다. 1기 신도시가 30만가구, 인구로 따지면 100만명이다. 용적률 500∼750%를 주면 도시 기능이 마비된다. GTX 등 교통호재로도 한계가 있다. 학교 등의 시설만 해도 증ㆍ개축하면 되지만 인프라는 그렇지 않다. 도로를 시작으로 수용량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처럼 지하로 파도 서울로 가는 교통량을 소화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대중교통만으로 이동 수요를 흡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역차별 논란도 뛰어넘어야 한다. 1기 신도시별로 1개의 선도지구를 지정하면 나머지 단지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선도지구만 해도 입주가 2030년 목표다. 2035년 입주도 가능할지 의문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번호표 뽑기에서 밀린 다른 신도시의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이주대책도 걸림돌인데.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속도를 늦출 최대 악재가 이주대책이다. 상위법상 이주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만 규정했지만 사실상 각 지자체에 일임했다. 분당이나 고양시라면 블록 단위 재건축 특성상 5000∼1만가구가 한번에 움직여야 한다. 전세대란이 불가피한데, 관할 지자체장이 후속 정비사업의 인허가를 선뜻 내주겠느냐. 순환재개발 방식의 성남 구시가지 개발만 해도 지난 20년간 표류했고 앞으로 20년 내에도 입주가 힘든 단지가 부지기수다.

이주용 택지도 촘촘하게 계획해야 한다. 지자체 차원의 빈 택지 확보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LH 등 공공기관이 이주용 택지를 공급해야 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앞서 개발될 3기 신도시에 이주용 택지를 배정해야 한다. 사업기간 단축을 위해 모듈러 등 첨단공법을 집약시켜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줄 팁은 없나.

서울은 물론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특별법 대상 사업지도 이젠 재건축 플래카드만 걸면 집값이 수억원씩 뛰는 시대는 끝났다. 공사비 인플레이션이 워낙 심각해서다. 서울 상계주공5단지만 해도 현 시세가 5억원인데, 재건축 분담금이 5억원이면 재건축이 가능하겠느냐. 지금은 모두 놀라지만 이런 사업환경이 앞으로 보편화될 수 있다. 인근에 신축단지가 들어서면 구축단지가 ‘키 높이 맞추기’식으로 시세가 올라가는 시대도 지났다. 정비사업 추진 가능성이 떨어지는 노후 고밀도 단지들은 일본 사례처럼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특별법을 포함한 정비사업 규제완화책이 없어도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살아남는 반면 특별법 지원 없이는 정비가 불가능한 사업장은 피해야 한다. 재테크를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사업성ㆍ입지ㆍ주민 자금여력 등 3가지를 감안해 주택을 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비사업이 확실한 사업지가 아니면 지은 지 5년 내외의 준신축 아파트 매수를 권유하고 싶다. 정비사업이 안 되는 노후단지는 대거 슬럼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중현 기자 hig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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