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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F2024] “건축은 공공재…質이 담보되는 제도로 전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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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20 04:00:19   폰트크기 변경      
[CSF2024] 야마모토 리켄과 대담…최문규 연세대 교수



[대한경제=김진솔 기자] “문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마음 편하게 들어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건물을 만들고 싶다.”

오는 6월 10일 <대한경제> 주최로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리는 ‘도시와 공간 포럼(City and Space Forum·CSF) 2024’에서 기조 강연자와 대담을 맡은 최문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사진)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직접 집을 짓는 과정을 보고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 콜럼비아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건축과 사람의 관계를 알아가는 데 흥미를 느꼈다는 그는 이토 토요 건축사사무소와 한울건축, 시건축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가아건축을 설립한 뒤 교단에 서고 있다.

최 교수는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국제관 △상파울루 건축 비엔날레에 초청된 바 있고, △미국건축사협회(AIA) 어워드 △아키텍처럴 레코드 디자인 뱅가드(Architectural Record’s Design Vanguard)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했다.

그가 설계한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정한숙 기념관 △쌈지길 △숭실대 학생회관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 △대구 간송미술관 등이 있다.

최 교수는 “건축물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건축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건물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일례로 한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쌈지길의 경우 계단 없이 완만한 경사길로 4층까지 이어진 건물로, 건물보다는 길에 가깝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인사동을 나오는 이유는 전시회나 물건들, 먹거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서울에 거의 남지 않은 걸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길이 인사동다움이라면 여기에 건물을 만들기보다는 길을 연장하자는 생각을 했고, 결과적으로 인사동 길에서 연결된 아주 완만한 쌈지길이 설계됐다”고 밝혔다.

최 교수가 이번 CSF 2024에서 대담하는 강연자 야마모토 리켄 역시 공공 측면의 건축물로 올해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이자 2016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미래 도시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건축을 통해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라며 ”공공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설계를 넘어 커뮤니티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야마모토 리켄과 강남 에버시움 설계에 합을 맞춘 바 있다. 야마모토 리켄은 최근 한국의 좋은 건축가들이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 교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국내 건축가에게 설계 기회를 주기 않는다는 것은 기업 중 일부가 외국업체만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거나, 공공에서 디자인을 위해 외국 업체와 협업을 유도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교수는 “현재 한국은 공공의 현상 공모가 많다”며 “물론 경쟁이 매우 치열하지만 젊은 건축가가 공공 건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건 확실하고 우리 건축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만들어 갈 기회”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국의 건축 발전을 위해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그는 “건축으로 조금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한 건축가들이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공공의 건축물들이 그 바탕이 됐으나, 공공 건축은 수많은 자문과 심의로 건축가의 의도가 실현되기 어렵고 최저가 입찰이라는 제도로 건물의 질도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러한 과정을 고치려는 노력과 건축이 공공재라는 의식이 우선 필요하다”며 “건축은 건축가 혼자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이해하는 건축주와 잘 짓겠다는 시공자, 감리자와 공무원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앞으로 우리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건물들을 더 잘 만들겠다는 생각들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진솔 기자 real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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